한국 현대詩

[스크랩] [무지개영상편지] 눈사람 3 / 박정애 시인

영관님 詩 2010. 12. 2.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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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시집『가장 짧은 말』… "눈사람 3"
♤♠♤ 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눈사람 3 

        시 : 박정애

        어둠이 안아주는 빛에도 눈이 멀었다 검은 산 검은 숲 검은 집 유적지에서 출토된 미라 같은 검은 얼굴 천국을 버리고 날아온 새 숨을 곳 없는 빛에도 푸른 그늘이 있어 번짐과 스며듦에 따라 전계되는 수묵의 세상, 눈밭 위를 걷는 자작나무 자작자작 걸어오는 그림자가 새파랗다 입만 가지고 세상에 와서 눈만 뜨면 먹을 것부터 찾아 헤맨 생명들 푸른 날빛이 선 눈밭에서는 모두들 검은 그늘을 들고 다니지 바람은 솔숲에 들어 득음을 얻고 우주의 목소리를 모습으로 드러내는 일 찬란하여라 살아서 누군가의 그림자가 된다는 거 푸른 그늘이 된다는 거 빛의 슬픈 불안을 안아줄 어둠만이 빛을 눈부시게 한다는 거
▦ 어둠이 없는 곳에선 빛은 유명무실하다. 빛의 씨앗은 어둠 속에서 자란다. 빛은 불과는 또 다른 존재이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그 둘은 하나이다. 하나이면서 둘이다. 어둠과 빛도 하나이다. 빛이 없으면 어듬이란 존재를 쉽게 알 수 없듯이 인간 세상도 그러하다.


한 생명의 탄생에는 죽음의 씨앗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 죽음의 끝에는 또다른 존재의 생명이 시작된다. 어떤 형태이건 새로운 생명의 뿌리가 된다. 기쁨으로 만난 존재들은 어느 땐가 조용한 슬픔을 맞기도 하고 가슴 뜯는 슬픔을 맛보며 헤어진다. 먹고 사느라 왁자지껄한 아수라에서 노예가 된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살다가 백발이 되어 뒤돌아 보면 허탈과 고독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그러다가 인간의 종착역을 발견한다. 그러나 설워할 일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빛이 되었거나 어둠을 태워 빛을 밝혔다면 안타까워 할 필요도 없다. 그 속에 보람도 많았으리라.


박정애 시인의 시에는 인간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있다. 나무들이 벌써 무성한 나뭇잎들을 떨구고 휴면기에 든다. 건강한 아이 같은 푸른 생명의 씨앗을 만드려고 평안한 어둠 속으로 드는 것이다. 제 사는 땅을 인간들에게 빼앗기고 한갖 관상수가 되어버린 도시 가로수의 안락을 빼앗지 말라. 그들도 휴식이 필요하다. 강물 속에 사는 모든 존재의 평화와 살 권리도 빼앗지 말라. 소리없이, 흔적없이 눈사람처럼 살다 가라.


◆ 박정애 시인 약력 ◆
- 부산 정관에서 태어남. 1993년 국제신문신춘문예에 시와 199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시조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 "개운포에서" "가장 짧은 말" 등이 있으며 최근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으로 처참하게 파헤쳐진 낙동강을 답사하며 쓴 시를 자연환경지킴이 박창희, 이성근, 이준경의 사진과 함께 "엄마야. 어무이요. 오, 낙동강아!"를 도서출판 전망에서 펴냈다.
- 선율: 아름다운 시간 by Kim Honam
- 사진: 김길홍님 촬영

▲ 사랑방님 촬영


벌써 11월도 다 갔습니다. 세월은 오라 하지 않아도 바람처럼 왔다가 가라 하지 않아도 썰물처럼 무심으로 갑니다. 그렇게 한 해 한 해 세월이 흐른 자리엔 파도가 밀려와 사라진 흔적처럼 이마에 손에 골이 패입니다. 세상은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어지러운데 날은 춥습니다. 언제까지나 싸워야 할 일은 많은데 정권을 쥔 자들이나 금권을 가진 자들은 애꿎은 강을 파 헤치고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노동자를 폭행하고 비정규직을 양산하면서 힘없는 자들의 권리를 빼았습니다. 쌀값이나 노가다꾼의 노임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대로인데 물가는 올라갑니다. 그래서 농민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나 일용직 노동자는 너무 춥습니다.


한 해가 저뭅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작은 별도 더욱 빛나기에 어려움 속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소중하게 살려봅니다.
건강하게 겨울 나시기 바랍니다.


2010. 11. 30. 김기홍(金祈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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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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