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싱’이라도 만나보라고? 이혼남을 만나보진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혼남과의 연애는 총각의 코를 꿰어 결혼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한 노처녀의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 서른둘을 넘기면서 소개팅 주선마저 끊기자
결혼정보회사를 찾아간 그녀. 커플 매니저에게 “폭탄 노총각은 싫어요.
차라리 킹카 이혼남을 소개해주세요”라고 말했다든가.
그런데도 커플 매니저가 주선한 자리에 나가보면
하나같이 찌질한 노총각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섯 번째 노총각과 헤어지면서 그녀는 커플 매니저에게 세게 항의했다.
“이혼남도 괜찮다고 했는데, 왜 이상한 노총각만 소개해요? 차라리 괜찮은 이혼남을 소개해주시라니깐요!
” 커플 매니저는 한숨을 푹 쉬고는, “이혼남도 요즘은 20대 후반의 어린 여성을 찾으세요. 20대 여성 고객도
요즘은 이혼남을 마다하지 않는 추세라서…”라며 말끝을 흐렸다던가.
어머나! 그 순간 그녀는 ‘돌싱’도 차지하지 못하는 노처녀로 급추락했다.
이 우스꽝스러운 이야기가 진짜인지 아닌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이혼이 더 이상 결혼에 결격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실제로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 남녀를 상대로 한 설문 조사에서
27.9%가 ‘자녀가 없다면 가능하다’고 답했다.
이번엔 실제 상황. 1년 전 나는 우연히 알게 된 이혼남과 열 번 정도 데이트를 하면서 “늦었지만 커피 한잔 줄래요?” “우리, MT 갈까요?” “우리 오늘은 좋은 데(!) 갈까요?”라는 유혹적 제안을 몇 번 거절했다가 그에게 차였다. 아니, 차였다기보다 연락이 끊겼다. 한 연애 칼럼니스트는 “왜 안 잤어! 이혼남과 연애하고 싶으면 일단 섹스부터 해야 해!”라고 질책했다. 그와의 섹스가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가 나를 좋아해서 섹스를 하려는 건지 아니면 그저 놀아보려는 것인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막상 그에게서 연락이 끊기니 아쉬웠다.
그에게 전화를 했다. 마침 집도 이사한 참이어서 “못과 망치가 필요해요. 커튼을 달아주시면
식사 대접할게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날 밤 바로 달려온 그는 커튼을 달아주고도 3시간이나 내 방에 머물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집을 나서면서 그는 나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했던가.
그것이 그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이 해프닝 후 나는 ‘돌싱이라도…’라는 말이 매우 잘못된 표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혼’이라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다시 싱글이 된 남자는 바람둥이 총각보다 공략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이혼 경험이 있는 A는 “그가 줄행랑을 놓은 것은 네가 그에게 결혼 부담을 주었기 때문이야.”고 진단했다. 아니, 내가 부담을 주었다고? 하지만 맹세코 나는 그에게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입 밖에 꺼낸 적이 없다.
첫 번째 죄는 그를 믿지 못한 죄
두 번째 데이트에서 그가 “사실 한 번 갔다 왔어요”라고 내게 고백했다. 데이트 상대에게서 이혼의 고백을 듣다니! 결혼 적령기를 한참 지난 노처녀인 나는 그와 시간 낭비를 할 여유가 없었다. 그가 ‘결혼’에 넌더리가 난 이혼남과 사랑에 빠져서는 결국 문제가 될 테니까.
그에게 물었다. “독신주의세요?” 그는 “독신주의는 아니지만, 결혼을 다시 할 것 같진 않아요”라고 답했다.
10초간 침묵한 우리는 1시간 전에 본 영화 이야기로 돌아갔다. 나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었나?
그저 나와 섹스만 하고 싶나? 남자 후배 B는 “음, 좋아하는 여자에게 결혼 생각이 없다고 말하는 남자는 없지.
그가 선배에게 관심이 별로 없나보다”고 조언했다.
이혼 경력자 A가 “것 봐, 당신이 먼저 결혼 얘기를 꺼냈네. 독신주의자냐고 물었잖아”라고 내 잘못을 지적했다. “B는 총각이라서 이혼남의 마음을 모르는 거야. 결혼 경험이 없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연애의 끝이 결혼이라고 생각하거든. 하지만 이혼남은 남녀 관계의 종착역이 결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서 좋아하는 여자와 연애를 해도 결혼까지는 안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가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서 결혼에 대해 부정적으로 말한 것이 아니란 얘기지.”
싱글은 여자를 만나면 ‘이 여자와 결혼하면 어떨까’를 상상한다. 상대를 결혼할 만큼 좋아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반면 돌아온 싱글에게 애정도와 결혼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혼을 피한다는 것이 아니라 남녀 사이에 결혼이 필수 절차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이혼남에게 이혼은 트라우마이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두 번째 죄는 진지함을 강요한 죄
네 번째 데이트, 집으로 돌아오는 택시 안에서 그와 달콤한 첫 키스를 나누었다. 술에 취한 나를 집까지 바래다준 그는 “집에 올라가도 돼요?”라고 물었지만, 나는 거절했다. ‘결혼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하는 그와의 섹스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 않나. 다섯 번째 데이트를 나서면서 나는 그와 사귀든지 헤어지든지 결판을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데이트 후 집 앞 주차장에 차를 댄 그가 키스를 하려고 할 때, “우리, 연애할까요?”라고 물었다.
“그럴까요?” 장난으로 되받아치는 이혼남에게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나를 진짜 좋아하는지,
아니면 그냥 하룻밤 즐기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그는 나에게 바짝 붙였던 몸을 떼어내며 물었다.
“그렇게 말하니 갑자기 부담스럽네요.” 아니, 내가 그에게 청혼한 것도 아니고 연애하자는데 부담스럽다니,
이건 무슨 경우?
A의 해석. “이혼남이 진지한 연애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완전히 오해야.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연애가 진지하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어.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자를 아무리 좋아해도 꼭 결혼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니까! 그런데 여자가 결혼을 원하는 것을 알게 되면, 남자는 겁이 나게 되지. 그 여자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할 수도, 설득할 자신도 없으니까. 자신도 총각 때는 그랬으니까 말야.”
이혼남이 가벼운 데이트만 즐기고 진지한 연애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여자들의 착각이다.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을 뿐, 이혼남의 연애도 진지하다. 뒤집어 말하면, 여자가 쿨한 애티튜드를 보인다면 남자는 여자와의 진지한 관계에 부담을 느끼지 않고 두 사람의 관계는 한층 빠르게 발전한다. 요는 연애의 농도가 아니라 연애에 대한 여자의 애티튜드다.
세 번째 죄는 섹스를 거부한 죄
그 후로도 그는 “MT 가자” “제3의 장소로 가자”며 몇 번 더 속이 훤히 보이는 제안을 했지만, 나는 그를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그러는 사이 그에게서 점점 연락이 뜸해졌고,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러다가 그에게서 영영 연락이 안 오면? 그가 가장 원하는 방법으로 그를 유혹했다. “커튼 좀 달아주세요! ”라고 그를 부른 것. 내심 그와의 뜨거운 밤을 기대하고 새로 구입한 속옷을 챙겨 입었다. 커튼을 다는 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분.
그는 TV를 켰다. 막상 그를 집으로 불러들이긴 했지만, 폐쇄된 공간에 단둘이 있으니 어색했다.
그와 팔이 부딪치는 것조차 어색해서 나도 모르게 ‘움찔’했다. 그는 여전히 TV만 볼 뿐. ‘왜 다가오지 않는 거지?’
‘술이라도 마셔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그는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니, 집에 간다고? 호시탐탐 섹스할 기회를
노린 게 아니었나? 그렇게 바라던 여자의 싱글 룸에 입성한 남자는 여자와 섹스는커녕 짧은 키스도 없이 서둘러 사라졌다.
A는 기가 막힌 듯했다. “‘나와 사귀면 결혼해야 해요’라고 대놓고 말했네. 입이 아니라 행동으로! 당신은 섹스를 거부함으로써 그에게 겁을 준 거야. 섹스를 거부하는 여자는 섹스에 큰 의미를 두는 경우가 많지. 섹스를 두 사람의 관계를 전환시키는 ‘통과 의례’라고 생각하니까 섹스에 신중한 거잖아. 그러니 남자 입장에서는 이 여자와 섹스를 하면 꼼짝없이 결혼까지 해야겠구나 생각하지 않겠어? 한두 번의 거절은 그러려니 하지.
여자는 거절을 하면서 남자의 애정을 확인하는 종족이니까. 그런데 당신이 섹스를 계속 거절하는 것을 보고
그는 눈치 챈 거야. 당신이 섹스에 굉장히 큰 의미를 부여하는 여자라는 사실을. 팔 좀 닿았다고 왜 놀라?
남자가 강도도 아니고 움찔 놀라는 여자에게 키스라도 할 수 있겠어? 그러니 그가 줄행랑을 쳤지.”
‘섹스를 거부할수록 연애가 오래 지속된다’는 속설은 총각에게나 통하는 연애의 기술이다. 이혼남에게는 섹스를 거부하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는다. 이혼남에게 섹스는 한때 일상이었다. 그래서 그에게는 섹스의 상징적인 의미가 크지 않다.
이혼남은 섹스를 관계 발전의 증거가 아니라 그저 서로를 알아가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라 생각한다.
여자는 섹스를 하기 전에 관계에 대해 고민하지만, 남자는 섹스를 하고나서 관계에 대해 고민한다.
이혼남의 경우는 특히 심한데, 상대가 섹스를 결혼으로 가는 관문으로 생각하는 경우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결혼에 동의하는 뜻이 되기 때문에 행동이 조심스러워진다.
마지막 죄는 ‘결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 죄
언젠가 그는 나에게 물었다. “결혼을 하고 싶어요?” 2초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그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네’라고 말하자니 그가 겁먹을 것 같고, ‘아니요’라고 말하자니 괜히 그에게 결혼을 피할 빌미를 주는 것 같았다.
마지막 죄는 ‘결혼’이란 단어를 입에 올린 죄
언젠가 그는 나에게 물었다. “결혼을 하고 싶어요?” 2초밖에 안 되는 시간 동안 그에게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 ‘네’라고 말하자니 그가 겁먹을 것 같고, ‘아니요’라고 말하자니 괜히 그에게 결혼을 피할 빌미를 주는 것 같았다.
나는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정확히 밝히면서도 그가 결혼 부담을 안 느끼는, 쿨한 대답은 없을까?
하지만 나는 그 대답을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네”라고 대답했다. 그러고는 “저는 한 번도 안 해봤잖아요!
”라고 덧붙였다.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는데, 결국 그를 자극하는 최악의 답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내가 먼저 ‘결혼’에 대해 말을 꺼낸 것도 아니지 않은가.
A가 비웃었다. “그건 남자가 당신에게 질문을 한 게 아니라 당신을 떠본 거야. 이혼남과 결혼에 대한 얘기는 최대한 피하는 게 좋아. 우연히 결혼에 대한 얘기가 나왔더라도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이혼남과의 연애 기술이지. 설사 그가 묻는다 해도 답은 애매모호하게. ‘결혼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고’ 이런 식으로. 물론 대답을 들은 남자는 순간적으로 섭섭함을 느낄 거야. 바로 그 섭섭한 감정을 느끼는 순간 관계의 주도권이 여자에게 넘어가는 거야.”
여자의 요구에 의해, 혹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온 여자에게 미안한 마음 때문에 결혼을 결심하는 이혼남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보다는 결혼이라는 엄청난 리스크를 극복할 만한 강렬한 자극이 필요하다. ‘결혼’이라는 제도 외에는 여자를 붙잡을 방법이 없다거나, 여자와 함께 있는 시간이 너무 즐거워서 한 시도 떨어지고 싶지 않거나, 전혀 다른 예로 남자가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는데 돈 많은 여자가 결혼하자고 한다거나, 어쨌든 남자가 결혼의 필요성을 느껴야만 그 시스템에 다시 도전하게 되는 것만은 확실하다.
이혼남에게 두 번째 결혼은 사고와 같다. 피하고 싶었지만 피할 수 없었던. 남자는 연애를 하면서도 그 사고를 피하기 위해 여자의 사고 유발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그래서 이혼남과의 연애에 성공하려면 쿨한 애티튜드가 필요하다.
결혼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만 연애가 가능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도저히 사고를 일으킬 것 같지 않은 여자라는 확신이 있어야 남자는 연애 로드에서 질주한다.
그가 당신과의 연애 로드에서 한창 스피드를 올리고 흥분에 빠져 있을 때, 바로 이때를 공략하는 수밖에 없다.
이기적이지만 매력적인 이혼남을 포기할 수 없다면 말이다.
출처 : 당신이 머문자리는 아름답습니다
글쓴이 : 사랑이올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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