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목월 시 /김성태 곡
기러기 울어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서늘 불어 가을은 깊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한 낮이 기울며는 밤이 오듯이
우리의 사랑도 저물었네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산촌에 눈이 쌓인 어느 날 밤에
촛불을 밝혀두고 홀로 우리라
아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수원 시립 합창단
박목월(박영종)교수, 시인
이 노래는 박목월 선생의 시에 김성태님이 곡을 붙인 이별의 노래이다.
학창 시절에 다 배웠고 가슴에 와 닿았던 노래일 것이다.
이 박목월 선생이 쓴 시엔 사연이 있다.
박목월 선생이 섰던 강단에서 알게 된 제자가 있었는데, 이 제자가 문학소녀라 유난히 잘 따랐다.
이 친밀감은 곧 연정으로 바뀌어 갔고,
어느날 이 용감한 여대생제자가 박목월 선생을 납치했다고 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같이 도망친 것이다.
세상의 눈으로부터 그리고 그에게 주어진 많은 이름과 짐들로 부터...
그리고 제주도의 사랑의 도피생활이 넉 달 째나 이어졌다.
서울에서 기다림에 지친 부인 유익순여사는 어느날 부터인가 옷을 짓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겨울, 새로 손수 만든 목월과 그녀의 겨울 한복과 생활비로 쓸 돈봉투를 들고제주도로 찾아간다.
공항에서 남편의 연인을 만난 부인은 인자한 눈길로 다가와 두 손을 마주 잡는다.
큰 꾸지람과 호통을 각오한 제자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부인은 말했다.
"여긴 날씨가 항상 따뜻한 지방이라 겨울옷이 필요없겠지만,
혹 날이 추워지면 입으라고 내가 손수 지은 옷입니다. 부디 성의를 마다하지 말고 받아 주세요"
이 옷을 받아든 제자는 공항대합실에 주저앉아 창피함도 모르고 퍽퍽 울었다 한다.
그 뒤 박목월 선생은 그 제자의 성화에 서울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는데
한동안 머쓱해서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혀 지냈다.
그간의 경위나 심경도 물어보지 않고 묵묵히 집안을 꾸리는 부인.
그래도 젊은 연인과의 밀회를 못잊는 목월.
어느날인가 선생이 서재에서 창밖을 보니 기러기가 어디론가 날아가고 있었다.
저 기러기는 어디로 누구를 찾아가는 길일까 하고 생각다가 지은 시이다.
아~ 아~ 아~ 아~
너도 가고 나도 가야지....
노랫말중에 특히 이 후렴구에 떠나가는.. 아니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랑의 애절함이 묻어있다.
그는 평생토록 그 사랑을 시로 승화시키며 살다 갔다.
출처 :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
글쓴이 : 선인장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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