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오늘의 운세 / 권민경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의 두 개의 무덤을 넘어 마지막 날이 예고된 마야 달력처럼 뚝 끊어진 길을 건너 돌아오지 않을 숲 속엔 정수리에서 솟아난 나무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수많은 손바닥이 흔들린다 오늘의 얼굴이 좋아 어제의 꼬리가 그리워 하나하나 떼어내며 잎사귀 점치면 잎맥을 타고 소용돌이치는 예언, 폭포 너머로 이어지는 운명선 너의 처음이 몇 번째인지 까먹었다 톡톡 터지는 투명한 가재 알들에서 갓난 내가 기어 나오고 각자의 태몽을 안고서 흘러간다 물방울 되어 튀어 오르는 몽에 대한 예지 한날한시에 태어난 다른 운명의 손가락 눈물 흘리는 솜털들 나이테에서 태어난 다리에 주름 많은 새들이 내일이 말린 두루마리를 물고 올 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점괘엔 나는 어제까지 죽어 있는 사람 ▲1982년 서울 출생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동국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재학 중 [심사평] 권민경 씨의 시는 묘사와 표현의 감각이 청신했다. 당선작이 된 ‘오늘의 운세’라는 작품의 경우, 개인적 운명과 삶의 시작을 둘러싼 시적 해석이 세밀하고 다채로운 이미지들을 통해 펼쳐지고 있었으며, 생의 아이러니를 포착하는 방식도 흥미로웠다. 심사위원들은 시간의 아이러니에 살아있는 이미지를 부여하는 능력을 중요한 가능성으로 인정할 수 있었다. (이시영 시인·이광호 문학평론가) |
출처 : 한실문예창작
글쓴이 : 서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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