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스크랩] 춘몽春夢

영관님 詩 2011. 3. 25. 13:26

춘몽春夢

 

구석기김종제

 

어두운 골목길을
한 마리
짐승이 달려가고 있었다
온몸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막다른 곳이라서
담벼락도 사라지고 門도 사라지고
窓 하나만 남아있어
날개도 없이
그 속으로 날아들었는데
칼날 같은 그물에 걸렸는지
진눈깨비가 되어 떨어졌다
나뭇가지마다
눈물이 그렁그렁 열렸다
꽃망울은 스스로 자물쇠를 채웠다
한 발 디딘
바닥은 얼음장이었으므로
이불을 덮어주고
눈을 감았다
모든 언어를 봉해버린 후에
새벽처럼 터져버리는
봄날은 꿈 같은 것
내가 당신의
온몸을 헤매고 다녔을 때에도
틀림없이 어느 삼월의
꿈속이었을 게다

출처 : 자유문학회
글쓴이 : 구석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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