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연평도에 고이 잠들다
글: 최양현
서울을 떠나 서해로 가는 배야
연평도로 가자
연평도로 가자
몸가짐은 삼가고
대한민국 국군이 되어, 스므살 군인이 되어
조국의 깃발을 들고 나는 연평도로 간다
일찍이 나는
아침이 오는 날마다 삶을 노래했다
저녁 공부가 끝나면 소중한 벗들도 있었노라
어느 대장장이의 일생을 연극으로 보면서 사랑도 꿈꾸었노라
사랑할 때는 마로니에 잎이 떨어지는 그
대장간 앞에서 소녀와 사랑을 속삭이겠지...
서해 5도 일엽편주
망망대해의 연잎 같은 연평도로 나는 간다
가서 나는 말하리라
너를 사랑한다. 내 젊은 조국아 나의 해병이여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붉은 명찰에 아로새긴 청년의 기쁨이여
2010년 11월 23일 오후 2시 30분
적의 포탄은 진지 속에 화염으로 뒤덮이고
소나기처럼 퍼붓는 포탄과 화염을 뚫고
전명준 상병은 아군의 통신선을 이었다
김영복 하사는 파편을 머리에 맞아 피를 토하고
손짓으로 대원들에게 대응하라 사격하라 지시 한다
임준영 포7중대 상병은
북한의 포격 도발에 한 치의 물러남 없이
K-9 자주포 포문을 열어 자주포를 북 진지에 쏟아 부었다
전투복은 화염에 그슬리고 쓰고 있던 방탄모에는
불길이 옮겨붙어 턱 끈을 타고 내리었으나
임상병은 오로지 포상을 옮기고 적진을 향해 쏘았노라.
임상병의 입술 위에는 화상이
아군 진지 장악은 적탄에 맞아 불기둥이
김영복 하사, 전명준 상병, 임준영 상병
그들은 싸웠노라. 나는 불이 두렵지 않았노라
나는 영웅이 아니라 군인이었노라
대한의 아들 국군이었노라
적의 포탄은 귀를 먹게 하였다
둥둥둥 북치는 소리처럼 들릴 뿐
아서라, 포탄을 청년의 피가 두려워하겠느냐
서정우 하사는 마지막 병영의 휴가길
돌아서서 포대로 뛰어가면서 장렬한 최후를 맞는다
누가 돌아서서 빗발치는 포화 속을 뛰는
저 청년의 사랑을 보았느냐
붉은 가슴에 새겨진 비문을 보라.
그의 가슴에 꽃처럼 새겨진 서정우 하사
여기 연평도에 고이 잠들다.
전우 문광욱 일병 여기 순국하다.
연평 부대 사랑하는 전우를 위해
우리는 연평도를 굳게 사수하리라
민간인 고 김치백, 고 배복철,
조국을 지키지 못한 우리를 용서하소서.
서울을 떠나 서해로 가는 배야
연평도로 간다
연평도로 간다
한점 섬으로 나도 가고 너도 간다
하룻밤 휴식이 오면 나는 이렇게 말하리라
점호 나팔소리에 너를 사랑한다를 외며 잠 드리다
밤에 우는 두견 소리에는
새우잠 속으로 어머니 이름도 불렀다
나는 용감한 군인으로 어머닐 그리워하였노라.
어머니는 모르리라 포화 속으로 뛰면서 그리운 어머니를......,
조국의 산하에 한점 산화한
어머니의 아들 고 서정우 하사, 고 문광욱 일병,
어머니 걱정 마세요, 나 여기 있습니다.
조국이 있고
한점 연평도가 있는 한
나의 사랑하는 어여쁜 소녀도
어느 대장장이 쇠 굽는 꿈도 여기 함께 하리라.
한점 불티처럼 살다 갔어도
아, 연평도 못 잊을 섬
어서 가자, 나는 연평도로 가서
연꽃 같은 사랑을 하며 오래 오래 여기 묻히리라.
여기 연평도 포격전 참전해병 고이 잠들다.
나는 영웅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인 이었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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