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詩낭송모음

[스크랩] 제6회 전북 詩낭송 대회 祝詩낭송

영관님 詩 2010. 11. 10. 18:51

 

 

江(강)

                     詩 : 구상(具常)

                   낭송 : 김주순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彼岸(피안)을 저어 가듯
太白(태백)의 허공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白楊木(백양목)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 온다.

잔 고기떼들이
生來(생래)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黃金(황금)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산들이 검은 長衫(장삼)을 걸치고
다가 앉는다.

祈禱所(기도소)의 沈黙(침묵)이 흐른다.

초록의 강물결이
능금빛으로 물들었다가
金銀(금은)으로 수를 놓다가
雪原(설원)이 되었다가
이 또한 검은 網絲(망사)를 쓴다.

강건너 마을은
祭壇(제단)같이
香煙(향연)이 피어 오르고

나루터에서
호롱을 현 조각배를 타고
외론 魂(혼)이 저어 나간다.


강이 숨을 죽이고 있다.
기름을 부어 놓은
柔順(유순)이 흐른다.

닦아 놓은 거울속에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이
마냥 깊다.
 
禪定(선정)에 든 강에서
나도 안으로 환해지며
和平(화평)을 얻는다.

바람도 없는 강이
몹시도 설렌다.

고요한 시간에
마음의 밑뿌리부터가
흔들려 온다.

無常(무상)도 우리를 울리지만
安穩(안온)도 이렇듯 역겨운 것인가?

우리가 사는게
이미 波紋(파문)이듯이
강은 크고 작은
물살을 짓는다.

강에 바람이 인다.
진 갈매빛 물살이
이랑을 지으며
모래 기슭에
파도를 친다

강도 말못할 억울을
안으로 지녔는가?
보채듯 지절대며
사연이 많다.

하늘은 먹구름을 토하고
바람은 布木(포목)으로 휘감긴다.

창백히 질려 있는 砂場(사장)에서
갈가마귀떼들이 날아
비 안개 낀 산을 넘는다.

강에 銀絃(은현)의
비가 내린다.

빗방울은 물에 번지면서
<발레리나>가 舞臺(무대) 인사를 하듯
다시 튀어 올라 光彩(광채)를 짓고
저 큰 흐름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강은 이제 拍手(박수)소리를 낸다.

아지랭이가 아물거리는 강에
白金(백금)의 빛이 녹아 흐른다.

나룻배가 소년이 탄 소를
싣고 온다.

건너 砂場(사장)에
말뚝만이
홀로 섰다.

낚싯대 끝에
잠자리가 조은다.

멀리 鐵橋(철교)위에서
火筒車(화통차)가
목쉰 소리를 낸다.

ㅡ北間島(북간도)로 가는가베?

풀섶에 갓 오른
청개구리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五(오)월의 숲에서 솟아난
그 맑은 샘이
여기 이제 연탄빛 강으로 흐른다.


日月(일월)도 구름도
제빛을 잃고
新綠(신록)의 숲과 산은
墨畵(묵화)의 절벽이다.

暗渠(암거)를 빠져 나온
貪慾(탐욕)의 糞尿(분뇨)들이
거품을 물고 둥둥 뜬 물위에
기름처럼 번득이는 淫亂(음란)!

우리의 강이 푸른 바다로
흘러들 그날은 언제일까?

憐憫(연민)의 꽃 한송이
睡蓮(수련)으로 떠있다.

붉은 산굽이를 감돌아 흘러오는
강물을 바라보며
어느 소슬한 山頂(산정) 옹달샘 속에
한방울의 이슬이 地殼(지각)을 뚫은
그 순간을 생각는다네.

푸른 들판을 휘돌아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마침내 다다른 茫茫大海(망망대해),
넘실 파도에 흘러들어
億劫(억겁)의 시간을 뒤치고 있을
그 모습을 생각는다네.

내 앞을 悠然(유연)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蒸化(증화)를 거듭한 輪廻(윤회)의 강이
因業(인업)의 허물을 벗은 나와
現存(현존)으로 이곳에 다시 만날
그 날을 생각는다네.

저 산골짜기 이 산골짜기에다
肉身(육신)의 허물을 벗어
흙 한줌으로 남겨 놓고
死者(사자)들이 여기 흐른다.

그래서 강은 뭇 인간의
渴願(갈원)과 鳴咽(명인)을 안으로 안고
흐른다.

나도 머지않아 여기를 흘러가며
지금 내 옆에 앉아
낚시를 드리고 있는 이 작은애의
그 아들이나 아니면 그 손주놈의
무심한 눈빛과 마주치겠지?

그리고 어느날 이자리에
또다시 내가 讚美(찬미)만의 모습으로
앉아 있겠지!


 

출처 : 전북시낭송협회
글쓴이 : 새시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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