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기다림
연극은 어느 한적한 시골길, 한 그루의 앙상한 나무만이 서 있는 언덕 밑에서
블라디미
르와 에스트라공이라는 두 방랑자가 고도라는 인물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기다림은 어제 오늘에 시작된 것이 아니다. 그들 자신도 헤아릴길이 없는
아주 오래전부터 기다림이 시작된 듯하다. 그래서 지금은 고도라는 인물이딱히
누구인지 기다림의 장소와 시간이 확실한지조차 분명치가 않다.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죽이기 위해 지칠대로 지쳐 있는 그들은 온갖
노력
을 다해 본다.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기 위하여, 여전히 살아 있음을 실감하기위하여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말을 하는 것이다.
서로 질문하기, 되받기, 욕하기, 운동하기,장난과 춤추기....
지루함과 초조, 낭패감을 극복하기 위해 끝없이 지껄이는 그들의 광대놀음, 그 모든
노력은 고도가 오면 기다림이 끝난다는 희망 속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하루해가 다
지날 무렵, 그들의 기다림에 한계가 왔을 때 나타난 것은 고도가 아니라 고도의 전갈을
알리는 소년이다.
고도가 오늘밤에는 오지 못하며 내일은 꼭 오겠다고 했다는 전갈만을 남기고 소년이
사라지면서 1막이 끝난다. 그리고 2막의 그 다음날도 거의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
줄거리도 극적인 사건도 없는 이 너무나도 단순하고 기아한 무대에 관객들은 당황하면
서도 배우들의 황당한 대사와 동작을 통해 시종 신선한 즐거움을 경험한다. 고도가 누
구인지 그가 과연 언제 나타날지는지는 관극 후에 생각할 문제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한다. 기다림으로 시작되는 1막이 다시 2막의 기다림으로 끝나는
이 무대는 어쩌면 3막이 있다 해도 기다림의 상황은 다시 이어질 거라고....
막이 아무리 길게 이어져도 고도는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관객은 예감한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무대의 시작부터 끝까지, 아니 연극이 끝난 뒤에도 고도라는 인물만은
의식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다.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는 고도의 부재의 현존을..
-고도를 기다리며/사무엘베께트-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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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현존
나는 늘 갈 수 없는 곳만을
그리워하며 걸어왔습니다.
평생을 잡을 수 없는 것들만을
잡으려고 손 내밀며 살아 왔습니다.
갈 수 없는 바다,
갈 수 없는 산과 사막,
갈 수 없는 하늘과 별들.
나는 내 곁에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인 것을.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공기,
나를 먹이고,발 딛고 살아가게 하는
땅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잡히지 않는 바람,
뜬구름 같은 것들만을 그리워하느라
인생을 탕진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그러했습니다.
항상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사람,
이 관계를 벗어나고자 애썼습니다.
공기처럼, 흙처럼
함께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가까운 사람을 상처 입혀 떠나보내곤 했습니다.
결코 오지 않을 내일을 열망하며
오늘을 배반했습니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오늘을 함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닌 것을,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현존이므로,
지금 여기에 가장 진실 되고 충실해야 한다는 것임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그리워하며 걸어왔습니다.
평생을 잡을 수 없는 것들만을
잡으려고 손 내밀며 살아 왔습니다.
갈 수 없는 바다,
갈 수 없는 산과 사막,
갈 수 없는 하늘과 별들.
나는 내 곁에 늘 가까이 있는 것들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가까이 있는 존재들이야말로
진정으로 나를 살아 있게 하는 힘인 것을.
나를 살아 숨쉬게 하는 공기,
나를 먹이고,발 딛고 살아가게 하는
땅을 그리워하지 않았습니다.
결코 잡히지 않는 바람,
뜬구름 같은 것들만을 그리워하느라
인생을 탕진했습니다.
사람에 대해서도,
관계에 대해서도 그러했습니다.
항상 지금 여기, 이 자리, 이 사람,
이 관계를 벗어나고자 애썼습니다.
공기처럼, 흙처럼
함께 있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지 않았습니다.
평생을 기다려도 결코 오지 않는 사람을 기다리느라
가까운 사람을 상처 입혀 떠나보내곤 했습니다.
결코 오지 않을 내일을 열망하며
오늘을 배반했습니다.
내일이 없다는 것은
오늘을 함부로 살아도 된다는 뜻이 아닌 것을,
오늘, 지금 이 순간만이 유일한 현존이므로,
지금 여기에 가장 진실 되고 충실해야 한다는 것임을,
나는 자주 잊고 살았습니다.
- 도법스님 -
" 가장 중요한 시간은 언제인가, 지금 이 순간이다, 가장 중요한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지금 내가 만나는 그 사람이다, 가장 훌륭한 일은 어떤 일인가, 지금 만나는 그 사람에
게 정성과 사랑을 다하는 일이다." 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음미하고 또 음미할 일입
니다..
- 생명평화경 -
출처 : 무진장 - 행운의 집
글쓴이 : 유당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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