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설차를 우리며
진동규
창호지에 번지는 푸른 이내
<세한도>의 붓자국으로 풀어지고 있다.
창 밖에 누가 와 먹물을 푸는 게다
찬 하늘에 별자리를 놓아가던
겨울 이야기를 펼치는 게다
팔월로 팔월로 이어가는 담묵
겨울을 지켜낸 삭정이 가지마다
새 잎사귀를 피워내고 있구나
붓끝에 눈이 까만 새 새끼
갈필 날갯짓을 한다
뼛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새야 갈필 새야, 세작 혀설
이 아침 내 찻잔 가에 물어온 글자
햇살에 널어 말리고 있구나
묵향 풀풀 날리는 여전부리
정갈한 안부를 챙기고 있구나
마른 겨울을 보내며
진동규
마른 겨울하늘에는
별들의 무리
오늘 같은 날
아득한 날의 흰 눈이 내리면
산에 들에
호수 위에 하얗게
눈 내려서 쌓이고
아이라이 이어져가는 무채의 종소리로
그대 곁에 서게 될 것인가
펄펄펄 눈송이로
먼 강에 얼음 갈리는 소리
청산은 몇 날을 울었더냐
내 육신이 악기가 되기까지
잠 못 이루던
밤바람 소리
깊은 음계를 밟고 새벽은
항상 더디게 왔다
내 영혼을 지키는 별은
어느 하늘을 반짝이고 있는가
멀리 나가 있는 별은
빛이 닿지도 않는다고 하던가
얼음 조각들로 소리판을 만드는
춥고 추운 바람집이라고 했던가
그 작은 얼음 조각들로
아득한 적막을 흔들어 깨워서
우리들 노래라도 담는
음반이 되어줄 것인가
먼 강에
얼음 갈리는 소리 들린다
출처 : ♣전북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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