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시

[스크랩] 작설차를 우리며 진동규

영관님 詩 2011. 7. 22. 11:10

작설차를 우리며

 

진동규

 

창호지에 번지는 푸른 이내

<세한도>의 붓자국으로 풀어지고 있다.

창 밖에 누가 와 먹물을 푸는 게다

찬 하늘에 별자리를 놓아가던

겨울 이야기를 펼치는 게다

팔월로 팔월로 이어가는 담묵

겨울을 지켜낸 삭정이 가지마다

새 잎사귀를 피워내고 있구나

붓끝에 눈이 까만 새 새끼

갈필 날갯짓을 한다

뼛속까지 들여다보이는

새야 갈필 새야, 세작 혀설

이 아침 내 찻잔 가에 물어온 글자

햇살에 널어 말리고 있구나

묵향 풀풀 날리는 여전부리

정갈한 안부를 챙기고 있구나

 

 

마른 겨울을 보내며

 

진동규

 

 

마른 겨울하늘에는

별들의 무리

오늘 같은 날

아득한 날의 흰 눈이 내리면

산에 들에

호수 위에 하얗게

눈 내려서 쌓이고

아이라이 이어져가는 무채의 종소리로

그대 곁에 서게 될 것인가

펄펄펄 눈송이로

 

 

먼 강에 얼음 갈리는 소리

 

 

청산은 몇 날을 울었더냐

내 육신이 악기가 되기까지

잠 못 이루던

밤바람 소리

깊은 음계를 밟고 새벽은

항상 더디게 왔다

내 영혼을 지키는 별은

어느 하늘을 반짝이고 있는가

멀리 나가 있는 별은

빛이 닿지도 않는다고 하던가

얼음 조각들로 소리판을 만드는

춥고 추운 바람집이라고 했던가

그 작은 얼음 조각들로

아득한 적막을 흔들어 깨워서

우리들 노래라도 담는

음반이 되어줄 것인가

먼 강에

얼음 갈리는 소리 들린다

출처 : ♣전북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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