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선을 통과해 본선에 올라온 동화 작품은 모두 23편이었다. 한편 한편 작가의 땀과 정열이 느껴지는 귀한 작품이므로 읽고 또 읽으며 고심했다.
작가 지망생들이 쓴 글이기에 미숙하고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장래에 얼마나 좋은 글을 쓸 수 있겠는가를 염두에 두었다. 글쓰기에 있어 몇 가지 언급하자면 책을 많이 읽고 습작을 많이 하라는 충고를 주고 싶다. 평범한 이야기지만 다독과 다작을 많이 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작품은 확연히 다르다. 거기에 사물을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글쓴이로서 독특한 색채를 갖게 될 것이다.
<부엉이와 나비>는 그런 점에서 가장 돋보인 작품이었다. 24시간 문을 여는 편의점 아저씨와 길고양이와의 따뜻한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점은 동화에서 사투리를 사용하는 문제다. 앞으로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끝까지 견주었던 <달리는 자전거>와 <금동이> 에게도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동시 부문에 있어서는 보내온 여러 편 가운데에서 <호박>을 쓴 이의 동시 여러 편과 <손 머리 위로>를 쓴 이의 여러 편을 꼼꼼히 살펴 보았다. <호박> 을 쓴 이의 작품은 뛰어난 상상력이 돋보였으나 형상화하는 힘이 조금 모자란 느낌이었다. 조금만 더 차분히 손보았더라면 싶은 아쉬움이 들었다. <손 머리 위로>를 쓴 이의 동시의 장점은 활달한 상상력과 밋밋하지 않은 표현 등이 오랜 습작기를 거쳐온 듯 든든함과 신선함을 함께 주었다.
동화와 동시, 두 부문 가운데 어느 한쪽을 버릴 수 없이 탄탄한 이유도 있어서겠지만, 아동문학을 아껴 두 부문 모두 수상키로 결정해주신 경상일보 측에 깊고도 고마운 인사를 드린다.
■ 동시 심사위원 이상교 - 서울에서 태어나 강화에서 성장. - 1973년 소년 잡지에 동시 추천 완료, 1974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부문 입선, 1977년 조선일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부문 입선 및 당선. - 한국동시문학회 4기 회장과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회장 역임. - 지은 책으로 동화집 <댕기 땡기>, <처음 받은 상장> 등이 있고, 동시집으로는 <좀이 수신다>, <먼지야, 자니?> 등이 있음. 그림책으로는 <도깨비와 범벅장수>, <난 떠돌이개야>, <방귀쟁이 며느리>등이 있음. - 세종아동문학상과 한국출판문화상 등 수상
[당선소감-동시]“청춘의 방황에 위로가 된 아동문학”
부족한 제게 용기를 주신 심사위원님과 기회를 준 경상일보에 먼저 감사를 드려야겠다. 힘들고 지칠 때 내게 위로가 되던 것이 아동문학이었다.
청춘의 방황과 모색 끝에 아동문학을 접하게 되면서 지금까지 깨달은 바가 있다면 아동문학이야 말로 회피하고 싶을 정도로 인간의 본질을 건드리는 진중한 문학 장르라는 것이다. 어린이들을 독자로 맞아들임으로써 다른 무엇보다도 문장에, 이야기에 꾸밈이 없어야하고, 환상일지라도 그 조건 안에서의 사실적 정황을 여과 없이 솔직하게 드러내야 한다는 것. 본질과 현상 사이의 기로에서 어린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아무래도 본질로의 접근 같고, 그것이 우리의 인성을 좀 더 투명하게 만든다고 생각되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어린이의 친구가 되고 싶고 때론 냉철하게 지켜보고도 싶다. 내 어린 영혼이 언제나 건재하게끔 세상을 투명하게 정면으로 바라보고도 싶다. 힘겨워 때로 궁지에 몰릴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내가 건강한 제안 하나 꺼내 보일 수 있을 만큼 성장한다면, 그래서 그것을 아동문학으로 드러내 보일 수 있다면 그것이 독자들을 위로하는 작은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남몰래 희망을 품어 보는 것이다.
아동문학에 첫발을 떼게 해주신 나의 스승 황선미 교수님께 감사드리고, 학창시절 못난 담임선생들을 대신하여 전인교육을 담당해주었던 짬이와 뚱이 부부에게도 감사하다. 그밖에 마되-진규쌤을 비롯한 많은 지인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묵묵히 지켜봐 주신 사랑하는 부모님께 마지막으로 감사의 절을 올린다.
방희섭 / 1985년 울산시 동구 방어진 출생 / 대송고등학교 졸업 / 현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 재학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