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영관님 詩 2012. 9. 20.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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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버지의 마음 / 김현승

 

 

 

 

 

 

바쁜 사람들도

굳센 사람들도

바람과 같은 사람들도

집에 들어오면 아버지가 된다.

 

어린 것들을 위하여

난로에 불을 피우고

그네에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

 

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

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

바깥은 요란해도

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

 

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치신다.

 

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

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항상 눈물이 절반이다.

 

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이다.

 

가장 화려한 사람들은

그 화려함으로 외로움을 배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