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 김광규
살펴보면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들이고 나의 아들의 아버지이고
나의 형의 동생이고 나의 동생의 형이고
나의 아내의 남편이고 나의 누이의 오빠이고
나의 아저씨의 조카이고 나의 조카의 아저씨이고
나의 선생의 제자이고 나의 제자의 선생이고
나의 마을의 예비군이고 나의 친구의 친구이고
나의 적의 적이고
나의 의사의 환자이고
나의 단골 술집의 손님이고 나의 개의 주인이고
나의 집의 가장이다.
그렇다면 나는
아들이고 아버지이고 동생이고 형이고 남편이고 오빠고 조카고 아저씨고 제자고 선생이고 납세자고 예비군이고 친구이고 적이고 환자이고 손님이고 주인이고 가장이지..
오직 하나뿐인 나는 아니다.
관연 아무도 모르고 있는 나는, 무엇인가 그리고 지금여기 있는 나는 누구인가..?
|
||
'한국 현대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아픈 사랑/류근 (0) | 2014.12.28 |
---|---|
[스크랩] 시- ?산수유 그늘 아래 (한국불교문학 23호 수록) (0) | 2013.07.22 |
아버지의 마음/김현승 (0) | 2012.09.20 |
세노야/고은 시 (0) | 2012.09.19 |
해에게 少年에게/최남선 시 (0) | 2012.07.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