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전령사 매화(대구 계명대힉교 계명한학촌의 매화송이)
春興(춘흥) : 봄의 흥취
정 몽 주
春 雨 細 不 滴(춘우세부적)터니, 봄비 가늘어 방울짓지 않더니,
夜 中 微 有 聲(야중미유성)이라. 밤중에 작은(가는) 비소리 들리네.
雪 盡 南 溪 漲(설진남계창)하니, 눈 녹아 남쪽 개울이 불어나니
草 芽 多 少 生(초아다소생)고. 풀싹은 얼마나 돋았을까 !
삼도헌과 함께 춘흥 맛보기
일요일 아침! 봄비가 내리면서 겨우내 얼었던 대지의 겨울한기를 씻어 내리고 있습니다.
봄꽃을 틔우기 위해 기다리는 나무들이 이 비를 마시면 보기 좋은 꽃망울을 밀어낼 것입니다. 산천엔 파릇파릇 새싹이 돋아나고 조금씩 고개 내미는 나뭇잎에는 신의 손으로 연두색 물감들이 칠해질 것입니다. 아래에서 포은선생이 느낀 봄감흥을 함께 음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구(起句)는 시상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구입니다. 이 구에서는 봄비가 소재로 선택되어 있으며, 가늘다는 표현 다음에 다시 물방울이 짓지 않는다(실비가 내려 처마 끝에 낙수물이 생기지 않는다)는 시어가 등장하여 아주 가는 보슬비가 내리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절묘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승구(承句)는 기구의 시상(詩想)을 이어받습니다. 따라서 기구와 공통된 의미를 가지고 있는 시어가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시에서는 기구의 세(細)와 승구의 미(微)자에서 앞 구에서의 시상을 이어받고 있습니다. 이 두 글자는 서로 가늘고 미세하다는 뜻으로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구는 청각적 감각이 두드러지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주위가 굉장히 고요해 낙숫물조차 만들지 못할 정도의 조용하고 가는 보슬비소리가 들린다는 시어로 고요한 밤을 잘 묘사해 내고 있습니다.
전구(轉句)는 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구입니다. 전환이 없으면 한시는 단조로움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이 구에서 시상의 전환은 곧 설진(雪盡)입니다. 앞 구에서 시상을 이어 받고자 한다면 강우(降雨)라고 썼을 것입니다. 즉 개울의 불어남이 봄비 때문만이 아닌 눈이 녹아내리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계절적으로 이제 동장군이 물러가면서 서서히 봄이 오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물이 불어난다는 의미의 창(漲)도 윗 구의 가늘다는 세(細)와 작다는 미(微)와는 다른 어감을 가지고 있는 시어입니다. 바로 이러한 단어를 통해 멋지게 시의 흐름을 바꾸어 나가는 지은이의 솜씨를 엿볼 수 있습니다.
결구(結句)는 시상의 맺음을 의미합니다. 풀싹이 의미하는 상징은 곧 봄[春]입니다. 결국 해석의 궁극적 의미는 봄이 얼마나 우리 곁에 다가왔을까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시의 주제는 작가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구는 작가의 상상력이 동원된 구입니다. 풀싹은 사람이 눈으로 보고서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눈이 녹고 있음을 보고서 자연히 봄이 돌아와 파란 새싹이 돋아나는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작가가 유추한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에서 지은이는 봄의 느낌을 봄비에 의해 촉촉하게 젖은 싱그러운 이미지로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봄꽃이 피어나는 계절입니다. 이맘때면 남쪽 섬진강 매화마을에서는 매화가 피어오릅니다. 대지를 밀치면서 솟아오르는 새싹들을 바라보면서 그 위에 내리는 봄비, 그리고 봄꽃까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참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작가 소개 : 정몽주[鄭夢周 1337~1392(충숙왕 복위 6~공양왕 4)]
고려 말기 문신,학자. 자는 달가(達可), 호는 포은(圃隱). 본관은 영일(迎日). 1360년(공민왕 9) 문과에 급제하여 1391년 인물추변도감제조관(人物推辨都監提調官)을 지냈다. 조준(趙浚),정도전(鄭道傳),남은(南誾) 등이 이성계를 왕으로 추대하려 하자, 이들을 제거하고 고려를 끝까지 지키려 했지만 이방원(李芳遠)에 의해 피살되었다. 오부학당, 향교를 세워 교육의 진흥을 꾀하는 한편, 《신율(新律)》을 간행하여 법질서의 확립을 기하고,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으려 하였다. 성리학에 조예가 깊고 시문에 뛰어났다. 개성 숭양서원(崧陽書院) 등에 제향되었다. 저서로 《포은집》이 있다. 시호는 문충(文忠)이다.
거문고 중주 속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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