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 詩
박유동
굵고 튼튼한 기둥에 받들려
하늘을 온통 꽃구름 일구고
목련꽃은 하나하나 초불을 밝혔네
더러는 밑으로 꺾긴 가지에서도
꽃만은 곧 곧이 촛대처럼 바로세우고
하늘을 우러러 떳떳이 머리 쳐들었네
산기슭 돌담에 뒤엉킨 개나리꽃
줄기는 구부러져 땅에 닿았는데
목련꽃처럼 우람차고 덩실하지 못하더냐
개나리꽃은 송이마다 고개 떨구고
갓 핀 애기꽃도 아예 땅을 보고 머리 숙였네
더러는 돌짬에 숨어 하늘을 가리네
한 하늘 아래 해와 달은 같건만
누구는 두둥실 하늘에 떴고
누구는 개천바닥에 뒹굴더냐
아마 세상에 못난 나를 닮아서 일까
개나리꽃 붙잡고 섰으니 왠지 섧기만 한데
생각하니 나도 평생 거목은 아닌가 싶어라.
...........................창작노트........................................................
해마다 맞는 봄이면 잎보다 꽃부터 터뜨리는 목련과 개나리꽃을 흔히 보게 된다.
목련꽃은 하늘을 향하여 떳떳이 머리 쳐들고 피었다면 개나리꽃은 궁색 맞게 땅 밑으로 고개 숙이고 피였으니 하나는 거창한 거목이고 하나는 땔감인 싸리꼬챙이 같은 시시한 관목으로 대조가 되므로 나의 인생과 결부하여 생각할 때가 많다.
평생 성공 못한 나는 목련은 못 되고 개나리꽃과 꼭 같다는 생각에 <자화상>이란 시를 쓰게 되었다.
시 <자화상>을 쓰고 보니 언젠가 6년 전 <개나리꽃>이란 시를 써서 중국 료동문학 신작코너에 발표하고 내 불로그를 개설하면서 올렸던 것이 생각나 다 같은 개나리꽃을 취급한 것이라 한번 찾아보게 되었다.
시 <개나리꽃>은 그 당시 내가 경기도 수원시 팔달산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나오다 도서관 계단 옆에 황홀한 목련꽃을 바라보았고 도서관 모퉁이 산기슭 돌무더기에 핀 개나리꽃도 관찰하게 되었다.
개나리꽃은 하나하나가 모두 땅 밑으로 머리 숙이고 있다면 목련은 떳떳이 하늘을 우러러 피였으니 두 꽃이 판이하게 다른 것을 발견하였었다. 바로 그 점을 시의 계기로 시 <개나리꽃>을 섰거니와 창작 과정을 장편으로 댓글을 달았었다.
그 내용은 대체적으로 내가 중안 도서관에서 보았지만 남들은 수십 편의 시집과 수십 권의 소설집을 내 놓았는데 나는 여적 시집 한 권도 없다는 생각에 누구는 목련처럼 하늘을 우러러 떳떳하지만 나는 개나리꽃처럼 부끄러워 머리만 숙어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너무 오래되어 시 <개나리꽃>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오늘 내가 시 <자화상>도 개나리꽃을 취급한 것이라 시 <개나리꽃>을 다시 찾아보니 어떻게 두 시가 내용상 90%이상이 똑 같았다. 연도 다 같이 3연이고 다만 매 연마다 5행이 6행으로 수식어가 더 붙은 것뿐이었다.
물론 한 작가가 같은 개나리꽃을 보고 섰으니 같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도 되지만 다년간 글을 쓰고 수련을 해왔지만 지금 와서도 새로운 것을 창조발견 못하고 수년전 그 때 그 수준이니 나는 조금도 발전이 없나 싶고 내 수준이 거기까진가 싶다.
오늘 신작시라 쓴 <자화상>은 결국 나의 옛 시 <개나리꽃>의 수정편이 되고 말았다.
'한국 현대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0) | 2010.06.20 |
---|---|
[스크랩] 어린 부처님 오신 날 (0) | 2010.06.02 |
[스크랩] 한 잎의 여자 / 오규원 (0) | 2010.05.18 |
[스크랩] 모란이 피기까지는 (0) | 2010.05.03 |
[스크랩] 중심꽃 80 (0) | 2010.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