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집

[스크랩] 남대천 달맞이꽃

영관님 詩 2010. 8. 26. 18:28

 

 

남대천 달맞이꽃

 

                                              시: 소예 전선자

 

 

세상일이 잘 풀리지 않는 밤, 지샌 새벽

잠자리 털고 남대천을 끼고 걷는다

날개 접은 노랑나비가 지천이다

 

아직 태양이 반짝 떠오르지 않은 때문일까

노랑나비 떼 누구 흉보느라 냇물과 수런거리나

인생은 마음먹기 달린 것이라고 떠들던 때가 언젠데

저들이 어떻게 그런 의미를 알고 쑥덕거리는지

 

뒷집 아낙 젖먹이 두고 어제 세상 떠나갔고

그 길 또 말짱한 장년이 뒤따라갔다

길은 험하고 누추하고

눈감아야 하는 칠실지우(漆室之憂)* 그 누가 안단 말인가

 

남대천 곳곳 원추리, 나리, 환산덩굴, 망초꽃 피고 지고

나비 떼 일시에 환호하며 세상 밝히는 새벽

추억은 영원한 것

남대천 변 군락의 달맞이꽃, 노랑나비 떼

하루를 조용히 닫는다.

 

* 칠실지우(漆室之憂): 제 분수에 맞지 않는 근심, 중국 노나라의 천한 여자가 캄캄한 방에서 나라를 근심했다는 고사에서 유래.

 

 

 

 

 

출처 : 시와산문 그리고 시와녹색
글쓴이 : 전선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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