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천 달맞이꽃
시: 소예 전선자
세상일이 잘 풀리지 않는 밤, 지샌 새벽
잠자리 털고 남대천을 끼고 걷는다
날개 접은 노랑나비가 지천이다
아직 태양이 반짝 떠오르지 않은 때문일까
노랑나비 떼 누구 흉보느라 냇물과 수런거리나
인생은 마음먹기 달린 것이라고 떠들던 때가 언젠데
저들이 어떻게 그런 의미를 알고 쑥덕거리는지
뒷집 아낙 젖먹이 두고 어제 세상 떠나갔고
그 길 또 말짱한 장년이 뒤따라갔다
길은 험하고 누추하고
눈감아야 하는 칠실지우(漆室之憂)* 그 누가 안단 말인가
남대천 곳곳 원추리, 나리, 환산덩굴, 망초꽃 피고 지고
나비 떼 일시에 환호하며 세상 밝히는 새벽
추억은 영원한 것
남대천 변 군락의 달맞이꽃, 노랑나비 떼
하루를 조용히 닫는다.
* 칠실지우(漆室之憂): 제 분수에 맞지 않는 근심, 중국 노나라의 천한 여자가 캄캄한 방에서 나라를 근심했다는 고사에서 유래.
출처 : 시와산문 그리고 시와녹색
글쓴이 : 전선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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