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스크랩] 국사골 지나며

영관님 詩 2010. 9. 18. 19:00

국사골 지나며

 

 

남산 금오봉 1.5 K 화살표 따라 골짜기 걷는다.

어떤 그리움이 호젓한 길 만들었나

한때 숲을 키우던 푸르던 물소리 어디로 갔나

몇번  길을 놓치며 길을 읽는다.

원효도 저 금오신화도 이 골짜기 읽었을까

깊고 푸른 그 발소리들 어디로 갔나

잎새 촘촘히 출렁이는 여름 산

쇠똥처럼 버려진 입 없는 무덤 하나 

산의 가슴  텅, 비었다.

 

구부러진 길 끜애서

무너진 몸, 탑 하나 만난다.

천년이 맑은 물처럼 가고

절터에 범람하는 햇빛과 고요

저 햇빛도 고요도 유적이다.

폐허에 앉은 천년 바람이 나를 덮친다. 

 

한 때의 푸른 발소리들 

돌탑속으로 들어가 돌이 되었나

별속으로 들어가 별이 되었나

보이지 않는다.

숲을 키우던 물소리 어디로 갔나

무너진 옥개석 모서리 아직 날카롭다.

모서리에 찔리며 부서지는 시간의 잎새들

아무도 떠나간 숲을 슬퍼하지 않는다.

 

잠시 고개 숙였다 드는 사이 

내 곁에 왔다 가는 이승의 산꿩 울음

텅, 빈 산

들었다 놓는다.

푸른 바람 한줄기가  골짜기를 덮친다.

 

                *국사골: 경주 동남산에 있는 제1 폐사지가 있는 골짜기. 

 

                (시인세계 2919. 가을 호 수록)

출처 : 김성춘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고원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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