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스크랩] <농민문학 2010 여름호-미니 시집>

영관님 詩 2010. 9. 12. 18:32

<농민문학 2010 여름호-미니 시집>

 

 

<民調詩>

 

유월의 山河 외 4편

 

 

 

金 進 中

 

 

 

 

 

우리가

 

바라보다 바라보다

 

못내 죽을

 

하늘과 땅과 청자바람이여.

 

 

 

우리가

 

사랑하다 사랑하다

 

돌아가 안길

 

산과 구름과 쑥내들녘이여.

 

 

 

아비가 아빌 낳고

 

아들이 다시 아들을 낳듯이.

 

큰산은

 

작은 산을 품에 안고

 

작은 산들은

 

낮은 마을을 안고 잠재운다.

 

 

 

바다가

 

소리쳐 강물을 부르고

 

강물은 냇물을

 

냇물은 여울을

 

손짓해 부를 때

 

아이들은 재재거리며

 

민들레 홀씨 홀홀홀 날린다.

 

 

 

청보리 출렁이는 이랑 물결

 

바라보다 바라보다

 

두 눈 멀어도 좋을 이 산하

 

그리메 아래서.

 

 

- 2001. 6. 5. KBS 가요무대 방영

 

 

 

 

 

 

 

 

 

<民調詩>

 

사람 사는 섬

 

― 飛雁島의 밤

 

 

 

무인도

 

무인도는 나는  싫어

 

비릿비릿 갯내보다 더 물씬한

 

南道사투리,

 

사람이 살아

 

사람의 향기 그윽한 그 섬,

 

그 섬마을로 돌아가고 싶어.

 

 

 

바람도 높세바람

 

먼바다엔 파랑이 일어

 

끊어진 뱃길 다시 이어 줄

 

갈매기들은 언제쯤 뜨려나.

 

해당화 가슴 타는 그 섬으로

 

댕기처녀 잠 못 드는 그 밤으로.

 

 

 

비린사니* 살로 자란 살찐 魚族을

 

손꼽아가며 제사상 위에 올리는 밤도

 

사람이 살아

 

사람의 향기 그윽한 그 섬,

 

그 밤마을로

 

돌아 가고 싶어.

 

물안개 飛雁島.

 

 

-2001. 6, 10.作.

 

  2001.6 22. KBS 가요무대 방영.

 

*비린사니:비린 생선을 잡으며 사는 어부.

 

 

 

 

 

 

<民調詩>

 

禁煙 前後

 

 

심중의 장도칼로

 

생살 저미듯

 

마음 다잡아

 

널 잊으려 해도.

 

 

 

땅거미 신산하여

 

고갤 돌려도

 

눈에 갱기는

 

하이얀 허깨비.

 

 

 

내 참말 잊으리라

 

독한 마음에

 

다신 안 볼 듯,

 

침 뱉고 나서도.

 

 

 

어쩌랴 또 어쩌랴

 

볼 비비고 입 맞추던

 

10년 정분을,

 

명줄 다잡아

 

내 끊으려 해도.

 

 

-2002. 1. 28.

 

 

 

 

 

<民調詩>

 

발병식發病式

 

 

그대 날 버려두고   

떠나간다면

10리도 못가

발병 난다던데.

 

지금 너 날 버리고

떠나가더니

사흘도 안 돼

발병이 났구려.

 

그대야 이제서야

발병났지만

이몸은 진즉

발병이 났다네.

 

눈엔듯 가슴엔듯

널 만난 후로

어라 상사디여,

꽃불 일었거늘.

 

에라 상사디야,

발병이 났거늘.

 

 

 

 

 

 

   <民調詩>

 

입동(立冬)

 

 

빈 가지 떠난 낮달 홀로 흐르는

 

입동철 초저녁.

 

잊었던 그 사람이 생각이 나면

 

옛주소로나 편지라도 쓸까.

 

그래도 마음처럼 안 쓰여지면

 

몇 자로 줄여 전보라도 칠까.

 

아 아니 이도 저도 할 수 없으니

 

전화라도 걸까.

 

하느님한테나.

 

-2002. 立冬

 

 

 

 

 

 

 

 

<***시작노트***>

 

과유불급(過有不及)이 있다면 불광불급(不狂不及)도 있다.

넘치면 모자람만 못 하다지만

미치지 않으면 다다를 수 없는 것도 있다.

 

빗소리 추적이는 芒種철 밤의 꼭두서니에서

그 무엇이 모자라서 또 무엇에 이르고저

혼자서 오두마니 갸륵한 오밤을 지키는가.

 

꽃사슴은 멋진 뿔이 걸려 죽음을 맞고

코뿔소는 그 코뿔 때문에 죽임을 당할지라도

이땅의 시인들은 감히 묻는다

 

그대 詩를 위해, 사랑을 위해

137초 동안이라도 불 타 오를 수 있겠는가를......

 

주 : 2009년 8월 16일 우리는 소록도를 거쳐 나로도 나로호 발사기지에 들렀다가

이번에 다시 제2차 발사광경을 보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주로 향한 꿈길은

다음으로 미뤄둬야만 했다.

 

 

출처 : 3456.민조시
글쓴이 : 天河愛 金進中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