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Lady Godiva / 존 콜리어(Hon John Collier, 1850~1943)
착함과 악함
나는 그대들 속의 착한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있으나
악한 것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으니,
악함이란 단지 착함이 그 자신의 배고픔과 갈증으로 인하여
괴로워하는 것 이외에 그 무엇이란 말인가?
진정으로 착함이 굶주릴 때면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에서도 먹을 것을 찾고,
착함이 목마를 때면 비록 썩은 물일지라도 마시는 것이니...
그대는 그대들의 자아와 더불어 하나가 되었을 때 착한 것이다.
그러나 비록 그대들이 자아와 더불어 하나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대들이 악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영혼이 분열된 집이란 단지 분열된 집 그 자체일 뿐 도둑의 소굴은 아닌 것이며,
그리고 그 영혼이 방향키 없는 배와 같이 위험한 섬 사이로 정처없이 떠돌지라도
아직 배 밑바닥에서부터 가라앉지는 않는 것이기에.
그대가 힘써 그대 자신을 비우고 베풀려고 할 때그대는 착한 것이다.
하지만 그대가 그대 자신만을 위해 이익을 구할 지라도 악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그대가 자신만의 이익을 탐할지라도 그대는 다만 대지에 엉켜 붙어
그녀(大地)의 젖가슴을 빨아들이는 하나의 뿌리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분명하게 열매는 그 뿌리에게
"나와 같이, 무르익고 가득 넘쳐 언제나 그대의 풍요로움을 주라."
이렇게 말할 수는 없으리니,
왜냐하면 열매에게는 주는 것이 그의 결핍이 되지만
뿌리에게는 받는 것이 그의 결핍이 되는 것이므로.
그대가 말을 할 때 충분히 각성되어 깨어 있다면 그대들은 착하다.
그러나 비록 그대의 혀가 목적없이 비틀거리며 잠들어 있는 동안에도
그대는 악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비록 실수를 저질러 더듬거리는 서투른 말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그대들의 약한 혀를 강하게 할 것이기에.
그대가 그대들의 목적지를 향하여 굳세고 용감한 걸음으로 걸어 갈 때 그대는 착하다.
하지만 그대들이 목적지가 아닌 저쪽으로 절름거리며 걸어간다 하더라도
그대는 악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비록 그 걸음이 절름거리더라도 뒤로 가는 것은 아니기에...
그러나 보라. 강하고 빠른 자들이여.
그대들은 불구인 사람들 앞에서 결코 그들의 아픔을 같이 공감하고
절름거리려고 하지 않으면서도 너희는 그것을 친절함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대는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면에서 착하고
그리고 그대가 비록 착하지 않을 때에도 악한 것은 아니다.
그대들은 다만 늦장을 부리는 것이며 게으름뱅이일 뿐인 것을...
안타까움이여, 수사슴이 거북이에게 빨리 가는 법을 가르칠 수는 없는 것이니,
커다란 자아를 향한 그대들의 갈망 바로 그것이 선이며,
더 큰 자아를 향한 갈망속에 머물러 있는 것 그것이 착함이며
그 갈망은 모두 그대들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그대들 중 어떤 이에게 갈망이란
숲의 노래와 산기슭의 비밀을 실어 바다로 힘차게 달려가는 급류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에게 그 갈망은 바다에 채 이르기도 전에
굽이굽이 꾸물거리며 흐르다가 스스로를 잃고 마는 엷은 물줄기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갈망하는 것이 많은 이라 할지라도 갈망하는 것이 적은 이에게
"무엇 때문에 그대는 그렇게 느리고 머뭇거리기만 하는가." 하지는 말라.
왜냐하면 진정으로 착함이란
벌거벗은 이에게 "그대의 옷은 어디에 있는가?" 라고 묻지 않는 것이며
집 없는 이에게 "그대의 집은 어떻게 되었는가?" 라고 묻지 않는 것이기에.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 중에서
◐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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