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안이
시 : 고 은
낭송 : 이재경
부엌 아궁이에
두 솥 건 아궁이에
검불불 밀어넣다가
굴뚝에서 거꾸로 내리지른 바람에
검불불 쏟아져나와
박속같은 기창이 누나 얼굴에 덮쳤다
날벼락이야
날벼락이야
그 얼굴
그 열사흘 달 같은 얼굴
엉망으로 문드러져
눈 까뒤집히고
코 없어지고
두 볼 불타버려
세상에 없는 추녀 되어버렸다
3년 뒤부터
뒷방에 갇혀 있다 나와서
죽어버리라고
가두고 못질해버렸는데
아버지 화 풀려 나와서
큰 집 머슴 진안이 마누라 되었다
논 2천 평하고
초가삼간 집 한 채하고 주어
그걸로 살아갔다
주제에 노랑저고리 다홍치마 입고 살아갔다
그 징그러운 기창이 누나하고 사는 진안이
그 추물 앞에서
내 마누라
내 마누라 하고 정들어 살아갔다
떡두꺼비 같은 아들 삼형제 두고 살아갔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게
그냥
출처 : 전북시낭송협회
글쓴이 : 새시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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