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물이 되어
시 : 강은교
낭송 : 김정미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 들어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 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의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출처 : 전북시낭송협회
글쓴이 : 새시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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