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명시

[스크랩]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영관님 詩 2011. 9. 23. 20:43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정호승 시집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중 


    출처 : 코알㉣r
    글쓴이 : 코알㉣r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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