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가족의 집

아빠의 눈물/

영관님 詩 2011. 11. 29. 19:29
 
     
     아빠의 눈물 / 受天 김용오 
    하루가 또 저문다, 내일에 있어 떠야 할 한 뜸을 오늘도 뜨지를 못하고 어제처럼 똑같은 
    자리에서 노을만 가득지고 터벅이는 걸음은 현관에 초인종을 누른다. 
    집안에선 아빠야 하는 바리톤의 소리가 들려온다. 기가 찰 일이지 얼마 까지만 해도 사내
    놈이라지만 여성의 소리에 가까운 알토에 가까웠는데 몇 밤을 자고나니 콩나물이듯 훌쩍 
    커버린 놈을 보니 젖 냄새가 달아 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들기도 했지만 이것은 다른 
    아버지가 그러하듯 나 역시 잘 자라 준 자식에 대한 행복에 겨워내는 나의 푸념이 아닌가 
    한다. 
    사람이 살아가며 좋아 하는 두 개 모두를 다 가질 수는 없는 것인지 자조석인 자문 아닌 
    자문을 해보며 씁쓰레 웃고서 문을 열어주는 큰 놈인 자식 놈을 향해 학교엔 잘 다녀왔니? 
    물었다. “응”,아빠 대답을 한다. 
    다시 말하겠지만 아무런 탈 없이 무처럼 잘 자라 준 아들에 대해 새삼 고마웠다. 여기에는 
    패랭이였었던 이놈들을 장독이듯 미끈하게 잘 자라게 해준 일등공신은 누가 뭐래도 이놈의 
    어머니이자 내 아내일 것이라는 것 난들 왜 모를까, 貧者에 놀부이듯 아집만 뚤뚤 뭉친 
    天下의 못난 이놈을 좋아한다며 수선화같이 곱던 그 모습으로 내게 따라와 준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두 개 성상을 훌쩍 넘어오며 망아지 같은 저 두 놈을 낳아 저 놈들의 등쌀에 
    눌리고 아집인 남편에게 채이고 채여 곱기만 했었던 그때의 그 모습은 찾아보려 해도 찾아 
    볼 수 없었고 지금은 쭉정이로 내려 앉아 버린 가슴에 홍살문처럼 굵어진 손가락을 만지며 
    옛날로 돌아가 괴로움에 흐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하니 잘 해 주지 못한 죄책감에 서글픔이 
    파도처럼 밀려오지만 무어라 내색을 할 수 없었다는 것 사랑 하는 사람으로서 가장으로서 
    내가 꿰차야 할 자리를 채어주지 못함에서 오는 미안함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제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을 찾아야 한다고 마음을 먹어보지만 그것이 
    어찌 그리 쉬운 일이랴,,,,,,,,,,,,
    그것이 날 선택해준 소중한 인연에 있어 사랑하는 사람의 반려자로서 내가 해야 할 최소
    한의 책임이자 본분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작심 하루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는 
    아픈 이 현실이 들어선 안 될 피스톨 하나를 들어야했던 피카소의 마음이 이러 했을까
    하는 생각까지 해보는 시간이다.
    밖에서 진드기마냥 떨어지지 않고 달려온 세상의 겉치레들을 주섬주섬 때어 내고 오지 
    않은 잠을 청하려니 낮에 바람에게 몹시 두들겨 맞은 명치끝이 아직 아파온다. 날아가 
    버린 줄 알았던 날 두들겨 팼던 그 바람이 아직도 날아가질 않고 몸에 붙어 명치끝을 
    바늘이듯 쑤셔대듯 쑤셔대고 있었다. 그놈의 아픔이 번져오는 것이 큰놈의 엉덩이만 하게 
    퍼져온다 아파 한 것을 눈치를 챘는지 제깟 놈이 아들놈이라고 내 눈치를 살피고선 어디 
    편찮으세요! 하며 아빠를 달래려고 옆에 와서 학교에서 있었던 재미난 얘기들을 새가 
    재잘거리듯 해대고 있다. 
    머리에 신열이 돈다. 애비라고 해놓고선 자식인 네게 무엇 하나 해준 게 없었는데 저 놈이 
    저러나 허니 애비라는 사람이 자식만도 못하다는 슬픈 생각에 아픈 마음은 온 몸을 더 
    아프게 하고 있다. 비행기에 부딪힌 새가 이렇듯 아플까 라는 생각을 해보며 이놈 보기가 
    미안해 죽을 똥 살 똥 그늘을 없애고자 모나리자의 미소를 만들고서 아빤 괜찮아 쉬어야
    겠으니 너도 어이 들어가 자렴, 해놓고서는 제 방을 들어간 자식 놈을 보고 잠을 자는 척 
    한다는 게 검푸른 망망대해 섬에서 독방에 갇혀 있었던 빠삐용의 고통이 이러했을 성 싶다 
    오지 않은 잠을 자는 척 거짓으로 눈을 부치는 악몽 같은 이 밤, 많은 생각은 못난 글이
    지만 글은 써 보고 싶은데 현실은 둥둥 떠가는 저 구름을 잡으려 가는 것만 같아 오지 
    않은 잠을 청하는 내 자신이 한없이 미운 저녁 저 하늘에 계셔야할 어머님께서 고향집 
    싸리문을 열기 무섭게 맨발로 튀어나와 날 저렇게 부르고 있는 것이.
    ☆ 이 글에 부치며,,,,,
    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닌 필력이라곤 일천하기 그지없는 제가 우연찮은 기회에 지인의 
    하나 뿐인 어린자식의 청천벽력과도 같은 절명(絶命)의 사고사로 안타까움에 위로를
    전하며 아픔을 나누고자 글 한 편을 써서 지인과 본인이 소속해있는 홈에 써 올렸던 
    사건이 오늘의 날 송두리째 바꾸어 버릴 줄난들 어찌 알았겠나, 죽어버린 육칠년의 세월이 
    그렇다. 오늘도 축 주저앉아 버린 그 곱던 수선화인 아내며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보며 
    울지 않을 수 없어 이글을 내려놓게 됨에 치부를 드러내놓은 일이 되겠지만 마음을 크게 
    먹고 내려놓게 된 것은 저와 같은 사람이 분명 더 있을 것 같아 한번쯤은 자신의 서 
    있는 위치를 돌아보지는 의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