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저녁강물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도종환

영관님 詩 2012. 1. 15. 17:30
 

 

 
 
 
 
   저녁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도종환
 
 
 
   마음이 울적할 때
   저녁 강물 같은 벗 하나 있었으면

   날이 저무는데
   마음 산그리메처럼 어두워올 때

   내 그림자를 안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울리지 않는 악기처럼
   마음이 비어 있을 때

   낮은 소리로
   내게 오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 노래가 되어
   들에 가득 번지는 벗 하나 있었으면

   오늘도 어제처럼
   고개를 다 못 넘고 지쳐 있는데

   달빛으로 다가와
   등을 쓰다듬어주는 벗 하나 있었으면

   그와 함께라면 칠흑 속에서도
   다시 먼 길 갈 수 있는 벗 하나 있었으면
 
 
 
 
 
 Hamabe No Uta (해변의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