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람
가을 들녘이 보고 싶어 시골에 내려갔습니다 어느 수도원 손님방에서 자고 아침에 일어나 커텐을 제치고 창문을 여니 가을 하늘 아래 뜰 가득히 피어난 코스모스가 눈에 확 들어 왔습니다
상쾌한 아침공기와 함께 그 모습이 얼마나 청초하고 아름다운지 잃어버린 옛 고향집을 다시 찾은 것만 같았습니다 어릴 때 그런 아름다운 뜰이 있는 집에 살아본 일이 없건만 내 마음의 고향, 어머니 모습이 그 꽃밭에서 미소짓는 것만 같았습니다
어머니는 코스모스처럼 키가 후리후리하게 크신 편이었습니다 그리고 젊었을 때는 분명히 그렇게 수려한 분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해 봅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소중하신 분, 나를 있게 하고, 나를 가장 사랑하신 분, 나를 위해서는 열 번이면 열 번 다 목숨까지라도 바치셨을 분.....
그런데도 나는 아직 이 나이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이 사랑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내가 어릴 때 어머니는 가끔 다리에서 바람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말씀의 뜻을 오랫동안 전혀 알지 못하다가 이제야 겨우 내 몸에서 느껴 알 것만 같습니다
어머니 생각이 왜 이토록 나는 것일까요?
- 김수환 추기경 <바보의 고해>
☆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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