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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권력에서 밀려난 정치인, 추사 김정희(힌승원 소설)

영관님 詩 2010. 3. 29. 19:11

  • 권력에서 밀려난 정치인, 추사(秋史) 김정희
  • 추사(전2권)
    한승원 장편소설|열림원|각권 9500원
  • 김태훈 기자 scoop87@chosun.com
    입력 : 2007.08.31 21:18
    • ▲ 소설가 한승원
    • 소설가 한승원(68)의 역사소설은 시대를 그리기보다는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을 주목해 왔다. 12년 전 고향인 전남 장흥에 ‘해산토굴’이라는 집필실을 마련해 귀향한 뒤, 그는 ‘초의’, ‘원효’ 등 인물이 중심이 돼 시대를 읽는 역사 소설을 선보여 왔다.

      조선후기 명필로 이름높은 추사(秋史) 김정희(1786~1856)의 삶을 소재로 쓴 이 소설은 서예가라는 명성 뒤에 가려졌던 사상가이자 정치인으로서 추사의 삶을 복원한다. 소설에 그려진 추사는 모순에 찬 조선 후기 사회의 변혁을 꿈꾼 개혁주의자이자, 서자인 아들의 앞날을 걱정하는 다정다감한 아버지이고, 여인의 몸 내음에 혹하는 뜨거운 사내이다. 추사는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울 것을 주창하는 북학파의 일원으로 실사구시(實事求是)를 추구한 실용주의자로 그려진다. 생계를 위해 글을 파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의 글에 쏟아지는 미신에 가까운 흠모를 혐오했다. 자신이 쓴 글은 밤마다 무지개 빛이 넘친다는 소문이 돌자 추사는 실소한다. ‘추사는 속으로 실없는 사람들, 하고 그냥 웃기만 했다. 내 글씨에서 밤에 빛이 났다면, 내 글씨가 미선홍월(米船虹月)같은 신필이라는 것인가.’(1권 36쪽)

      조선말기 세도정치에 저항하다 제주와 북청으로 잇따라 유배되는 추사는 탈속한 예술인이 아니라 사약을 받을까 봐 두려움에 떠는 범속의 인물로 묘사된다. ‘파발이 먼지를 일으키며 한양 쪽에서 달려오면 가슴이 뜨끔하면서 조마조마했다. 혹시 나를 붙잡으러 오고 있는 사자가 아닌가.’(1권 286쪽)

      귀양에서 돌아온 추사는 젊은 첩을 말 등에 태우고 삶이 주는 즐거움에 빠져들기도 한다. ‘등줄기를 압박하는 초생의 볼록한 가슴과, 그의 사타구니와 엉덩이와 무릎과 발에 느껴지는, 질주하는 살진 암말 등허리의 탄력이 가슴에다 향기로운 술 같은 아릿한 환희를 풍겨주었다.’(1권 14쪽)

      추사가 제주도 유배 시절 그린 ‘세한도’ 또한 그의 예술적 천재성을 드러내는 증거가 아니라, 권력에서 밀려난 외로움을 이겨내려 했던 한 정치적 인간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추사에 대한 이같은 접근은 오늘의 현실에 대한 작가의 비판적 시각을 담은 것이다. 그는 “한 번 권력을 움켜쥔 자들이 자기 패거리의 권력과 이권을 위하여 백성들의 고달픈 삶을 외면해 버리는 일이 이 시대에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말로, 추사의 좌절된 꿈을 현재적 의미로 재해석하고 있다. (조선에서)
  • 출처 : 서예세상
    글쓴이 : 茂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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