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과 시론

[스크랩] 적멸

영관님 詩 2010. 6. 16. 19:51

寂滅 

 

아파트처럼 큰 배가 갑자기 두 동강이 난다.

     순식간이다.

칠흑 같은 심해 속으로 불타는 해가 침몰한다.

    저런 물결 가운데 우리가 있다.

검은 파도가 다른 검은 파도를 삼킨다.

바다가 실종된다.

   순식간이다.

.

천둥 같은 비명소리가  바다를 삼킨다.

 

저런 물결 가운데 해가 뜨고 낙엽이 진다.

이런 세상의 기슭에 꽃구경 가고 봄날은 간다

 

꽃과 죽음도

결국 찰나의 물결.

 

바다의 실종 앞에

     아, 나도 순식간이다

                                                    

 

출처 : 김성춘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고원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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