寂滅
아파트처럼 큰 배가 갑자기 두 동강이 난다.
순식간이다.
칠흑 같은 심해 속으로 불타는 해가 침몰한다.
저런 물결 가운데 우리가 있다.
검은 파도가 다른 검은 파도를 삼킨다.
바다가 실종된다.
순식간이다.
.
천둥 같은 비명소리가 바다를 삼킨다.
저런 물결 가운데 해가 뜨고 낙엽이 진다.
이런 세상의 기슭에 꽃구경 가고 봄날은 간다
꽃과 죽음도
결국 찰나의 물결.
바다의 실종 앞에
아, 나도 순식간이다
출처 : 김성춘 시인을 사랑하는 사람들
글쓴이 : 고원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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