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소설

[스크랩] Re: 혼불줄거리

영관님 詩 2010. 7. 20. 18:52
  • 혼불줄거리
  • 최명희, 『혼불』모든 인간의 삶의 가치가 물질에 의해서 재단되는 현대의 풍조에 비추어 볼 때 『혼불』은 어쩌면 반동적인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인지도 모른다. 시대가 요구하는 물질적이고 가시적인 가치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가치를 숭고하게 여기고 소중히 하라고 나즈막 하지만 존재의 깊숙한 곳을 울리는 魂의 목소리를 품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의미에서『혼불』은 나의 타는 듯한 목마름을 깨끗이 해소시키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혼불』은 하나의 爲人學이자 人間學 텍스트인 것이다. 『혼불』이 밝히는 길을 따라 가면 우리는 혼불의 마을에서 여장을 풀고 며칠을 묵게 된다. 단아한 초가집, 이끼 끼고 내려앉은 흙벽들, 우우우 소리내는 대숲의 바람 사이로 간간이 양반집이 보이고 어느 양반집 마당에서 펼쳐지는 왁자지껄한 혼례식 풍경이 정겹고도 흥겹다. 이 혼례식의 주인공인 까까머리 새신랑을 싣고 훗날 떠날 남만주 봉천행의 기차도 우리 곁을 지난다. 새색시 효원의 한숨도 이 혼례부터 시작된다. 이 반촌에서 멀리 떨어진 미천한 거멍굴 사람들의 한숨소리도 새어나오는데, 성냥간에서 연신 풀무질을 하는 금생이와 백정 택주의 솜씨 좋게 소 잡는 모습도 보이고 당골네 백단이의 귀신 부르는 신들린 노랫가락도 한 구절 듣게된다. 숟가락 밥그릇도 공출로 빼앗기는 암울한 시대, 모든 게 꿈 같이 허망하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이 있으니 그것이 혼불의 마을이다. "내 홀로 내 뼈를 일으키리라." 아직도 죽지 않고 어디선가 매안 이씨 종가 주변을 서릿발 같은 기상어린 눈으로 주시하고 있을 것만 같은 청암부인. 그녀를 여자라고 칭할 수 있을까. 그녀는 여자이고 사람이기 이전에 종부였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태어날 때부터 그 만큼의 운명과 그 만큼의 그릇을 타고난 종부. 격동의 시대를 살았고 가장 모진 운명의 한 가운데에 서 있었지만 목숨보다 질긴 의무감으로 종가를 일으킨 여장부였다. 매안 이씨의 종손 준의의 안사람이 되었으나 신랑은 혼례를 올린 직후 병을 얻어 유명을 달리하고, 단 하루의 인연으로 부부가 된 청암부인은 남편 없는 시집에 하얀 가마를 타고 온다. 꺼져 가는 가문의 중심에 선 그녀에게는, 살아있으나 살아있다 할 수 없는 시부와 모진 운명 속에서도 초탈적 삶을 살아가는 김씨 부인이 유일한 어른이었다. 청암부인은 더 이상 새색시 일 수 없었고 여자일 수 없었다. 종부가 되던 후로, 아니 젊은 신랑의 갑작스런 죽음 이후로 청암부인은 어리되 어리게 행동 할 수 없었다. 열녀로써 수절하고 가문의 명예를 드높이는 삶. 그런 삶에 대해 지금의 우리는 합리적인 비판을 늘어놓기 일쑤지만 청암부인의 삶을 접하고 나면 말없이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러할 수밖에 없었고 충실히 그렇게 살았던 그 초연하고 올곧은 삶을 그...더보기
출처 : Daum 지식
글쓴이 : 사랑빠진그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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