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스크랩] 대설 경보 / 김정원

영관님 詩 2010. 9. 2. 18:17

대설 경보

 

 

 

 

소한이 내일모레

연사흘 함박눈이 줄기차게 쏟아진다

경계 없는 길은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고

눈부신 평야는

소금 수북이 쌓인 염전이다

 

하얗게 질린

볏 세운 산새들이

오죽 배가 고팠으면 무작정

사람의 마을까지 날아와

무안장도 아닌 뜨락 배롱나무 가지에서

짹짹짹짹, 품바타령 할까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오늘같이 가난한 날

살아계실 제

어머니가 하신 대로

나도 따라한다

 

어린 아들과 마당 한 구석의 눈 치운 뒤

반닫이 안에서 꺼내온

무명 손수건 펼치고 그 위에

조와 보리쌀 세 주먹 흩뿌려 놓고

큰방에 들어가 장지문 구멍으로 밖을

숨죽여 내다본다

 

산새 가족

포롱포롱 허공의 계단 내려와 날개 접고

이드거니 쪼아대더니

이윽고 통통 강시춤 추며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작별 인사하듯, 짹짹짹짹

 

나는 어버이 마음으로

저 작은 귀염둥이들에게 화답한다

춥고 눈 내리는 날이면,

서럽고 배고픈 날이면 언제든지

“서슴없이 찾아오세요.”

“네 집처럼 드나드세요.”

 

 

출처 :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글쓴이 : 김정원 원글보기
메모 :

'한국 현대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플라타너스  (0) 2010.09.06
[스크랩] 어머니 발자국  (0) 2010.09.04
[스크랩] 칡꽃  (0) 2010.09.02
[스크랩] 어린이 날, 아그배나무 꽃  (0) 2010.08.30
[스크랩] 아버지  (0) 2010.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