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스크랩] 플라타너스

영관님 詩 2010. 9. 6. 10:05

 

 

 

 

플라타너스

 

朴民宇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르면
너는 언제나 내 곁에서 답하여 가로되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아침 길가에 죽 늘어선 너를 보며
나는 언제나 너의 부름에 답하여 가로되
밤새 안녕하신가?

 

2010년 여름 어느 날

 

용광로 같은 불볕더위가 내리쪼이는 길가에
너는 모가지를 내어놓고 사지가 갈기갈기 잘려나가면서도
나에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 여기서 쉬어가세요."

 

플라타너스야!

 

내가 너의 이름을 부를 때
언제나 너는 나의 곁에서 웃고 있지만
나는 너의 웃음을 한 번도 이해하지 못했다.

 

행복이란 늘 곁에 있을 때는 알지 못하고
떠난 후에야 알게 되는 걸까?

 

너의 모가지가 잘리고 보숭보숭한 열매가 사라졌을 때

 

아!

 

나는 세상의 아름다움 한가지를 잃어버렸다고 탄식하였다.

 

어쩌면 너의 모습이 나와 꼭 닮았는지...

 

나는 지금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취하여
너의 이름을 부른다.

 

프라타너스야  !

 

 

 

 

출처 : 자유문학회
글쓴이 : bc8937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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