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과 소설

[스크랩] SEA FOOD 단상

영관님 詩 2010. 10. 5. 18:53

SEA  FOOD 단상

 

백두현

 

"도대체 얘가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제주도 가족 여행길에 들렀던 'SEA  FOOD'라는 뷔페에서 우리집 막내의 접시를 본 아내가 깜짝 놀라서 소리친 말이다. 이것저것 먹을거리가 꽤 많았는데 어묵과 메밀국수를 접시에 가득 담은 것을 보고 놀란 것이다. 아내는 막내의 접시 대신 새 접시를 가져와 비싸 보이는 대하나 생선회 같은 것을 듬뿍 담아주었지만 녀석의 입은 툭 튀어나온 것이 별로 달갑지 않은 눈치다. 이유는 뻔하다. 즐겨 찾는 음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녀석은 매번 별 고민 없이 길게 꿴 어묵이나 메밀국수, 아니면 아이스크림이나 식혜 따위로 배를 채운다. 본래 아이들이란 솔직하기 때문에 이해타산을 따지지 않는 법이다. 그런 음식들이 집에서 흔히 먹어왔던 것들이고 입맛에 맞으니 당연한 일이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는데 잘 먹어보지 않는 음식이 구미에 당기지 않는 것을 애들이 알아서찾아 먹을리 없다. 아줌마 정신을 발휘하여 가격 순으로 비싼 생선회를 담아준다고 좋아라 먹는다면 이미 어른이지 애가 아니다.  

 

올해는 정초부터 눈이 많이 내렸다. 예로부터 눈이 많은 해는 풍년이라고 했다. 불과 3-40년 전만 해도 전 국민의 7할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으니 과장하면 그 땐 전 국민이 눈이 많이 오면 풍년이라고 좋아했다. 많은 눈이 진짜로 풍년을 부르는지 알 수 없으나 오랜 역사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통계일 테니 올가을은 분명 풍성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먹을 것이 부족하던 시대의 풍년은 그 자체로도 행복이었다. 사람들은 배만 불러도 행복하였다. 그래서 정초에 대동제를 지낼 때도 풍년을 기원했고 여름 가뭄에 기우제를 지낼 때도 풍년을 노래했다. 그런데 요즘은 풍년이라고 사람들이 달가워하지만은 않는다. 다들 도회지로 떠난 농촌에는 풍년이라고 수입이 오를 농민의 수가 얼마 되지 않을뿐더러 공급의 과잉은 곧 가격의 폭락을 의미할 테니 곧바로 수입이 오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세상은 먹을 것이 넘쳐나는 세상이 되었다. 요즘은 먹을 것 말고 정신적인 풍요가 더 중요한 행복의 잣대다. 농산물도 희소성의 원칙에서 가격이 결정되다 보니 경우에 따라서는 흉년 수입이 더 높을 수도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전반적으로 흉년이고 내 밭의 농사만 실해야 돈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싸다고 가치없는 음식도 아니고 비싸다고 몸에 좋은 음식만도 아니다. 송이버섯 한 줌에 함유된 영양분이 밥 한 공기에 비할까만 1킬로에 100만 원을 넘기도 한다니 귀하면 비싸고 흔하면 싼 것이지 그 음식의 영양분과 가격도 별개인 것이다. 그렇다면 비싸다고 꽃게나 대하만 먹인다고 애들 건강에 좋으란 법도 없을 것이다. 그저 비싼 음식을 맘껏 먹여야 손해 보지 않는 것 같은 이해타산으로 부모마음이 흐뭇해지는 자기만족일 테니 어쩌면 일종의 자기집착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계산하는 습성에 빠지게 되고 추구하는 바도 이해타산에 따르드록 변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금전적인 가치관이 일상적인 식탁까지 지배하게 된 일종의 증후군이라 생각하는데 애들과의 한 끼 식사를 가지고 너무 미주알고주알 따지는 것일까.

출처 : 자유문학회
글쓴이 : 석교/백두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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