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과 시론

[스크랩] 마음으로 읽는 시/강영환 시집 『산복도로』중 "늙은 의자"

영관님 詩 2010. 10. 12.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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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환 시집『산복도로』--- 늙은 의자
♤♠♤ 2010년 10월 11일 월요일♤♠♤



사진:강영환 시집



 
♣ 늙은 의자 ♣ 
- 산복도로.61
 
  
          詩 강영환

퇴출된 의자가 골목에 나 앉았다 지치고 병들어 한쪽 다리가 불구인 채 누가 앉아 주지 않아 시무룩한 모습으로 버려질 때 그대로 굳어져 갔다 다음날은 건너편 담 밑으로 옮겨져 피곤한 누군가에게 의자가 되었을까 등받이에 생기가 돌고 의자는 누가 와서 앉아 주기를 기다렸다 오래 참았던 안부를 묻고 싶었지만 의자는 배에 그어진 칼자국 틈으로 속에 말을 꾸역꾸역 토했다 다시 심심해서 더 늙어버린 의자는 골목을 내려간 전봇대 아래 누워 있었다 지친 하늘이 누웠다 간 모양이다
▦강영환 시인▦

◇ 1951년 경남 산청 출생.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공중의 꽃」 입선. 79년 [현대문학] 시 천료,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남해」 당선. 시집으로 『뒷강물』,『푸른 짝사랑에 들다』,『불무장등』, 『집을 버리다』,『벽소령』, 『그리운 치밭목』외 9권. 시조집으로 『북창을 열고』, 『南海』가 있으며, 월간 [열린시] 주간 역임. 작가회의 회원, 제26회 이주홍문학상 수상. 2008 부산작가상 수상. 현재 <남부시> 편집위원, <얼토>시 동인

▦ 강영환 시인의 산복도로는 지난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부산은 지리적인 특성상 산복도로가 많다. 산복도로 버스 종점부터 오가는 길의 주변엔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세들어 살았다. 나는 보수동 산복도로 근처에서 영도와 자갈치시장을 내려다 보며 살 때가 있었고 초량과 영도의 비탈길을 타고 다니기도 했다. 창원을 거쳐 순천으로 올라오기 전엔 대티고개 경사 심한 계단을 코가 닿을 정도로 엎드려 올라가야 하는 골목 끝부분에 살기도 했다. 그러기에 산복도로 주변 풍경이 눈에 선하다. 밤이면 가끔 그 산복도로 위에 살던 동갑내기 여자친구가 깨스불빛 아래 좌판을 벌려놓고 싱싱한 해산물과 소주를 파는 자갈치로 내려가 꼼장어, 고래고기 냄새도 맡고, 해삼 내장에다 소줏잔을 비우기도 했다. 그 여자친구를 비롯하여 즐거운 시간을 함께 했던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강영환 시인의 시를 읽고 있으니 그때의 추억이 생생하게 살아온다.

산복도로 길가의 전봇대 옆에는 늘 쓰다 버린 가구 종류들이 나와 있었다. 낡은 의자도 그 중의 하나이다. 한 생을 숲을 이루며 살다가 그 한 생이 끝난 뒤엔 누군가의 손에 의해 의자가 되어 욕심없이 남을 편하게 해 주다 결국 혼자 길가에 버려진다. 버려진 것들이 어디 의자 뿐이겠는가. 이 나라의 노동자들 또한 그렇지 않은가. 강영환 시인은 정말 뛰어난 시인이다. 아련한 것들을 펄떡펄떡 뛰는 활어처럼 생명을 불어넣는다. 산복도로에 새벽이면 간절하게 울려퍼지던 재첩국 사이소! 중년 여인의 그 목소리는 지금도 울려퍼질까, 아니면 그 목소리마저 퇴출되었을까.

<2010. 10. 10. 김기홍>

- 사진출처: 화가 고흐의 작품
- 선율: 영화 The Straight Story Ost 중 Rose's Theme



◐ 김기홍시인의 꿈과 희망을 찾아서 ◑


▲ 운현 정해일님 촬영

평안하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아쉽게도 노벨문학상이 우리나라에 오질 않았습니다. 그래도 노벨문학상 후보로 올라갔다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을이라고 여행을 해쌌는데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저에겐 굴삭기로 긁어파고 철근 콘크리트로 틀어막히는 강의 처절한 울음만 들립니다. 배추값이 비싸다고 하는데 농민들은 언제나 비싼값 한번 받았는가요? 예전에 만난 채소 유통업자는 3년에 한번씩만 건지면 먹고 살만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낙동강 하류의 강변 드넓은 채소밭은 이제 다 파헤쳐져 그곳 경작자들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합니다. 부산에 계신 강영환 시인의 시를 읽다보니 더욱 그렇습니다.

시장에 가니 산에서 따온 능이버섯 냄새가 아주 진하고 좋았습니다.
사람들에게서도 그런 좋은 향기가 나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모든 분들이 평안하고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10. 10. 11. 김기홍(金祈虹)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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