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집

[스크랩] 시인의 노래-윤현순

영관님 詩 2011. 5. 20. 19:34

시인의 노래

 

                     윤현순

 

 

 

 


반세기를 살면서 하나 둘 모아진 삶의 무게가


삭아 버린 마음으로 더는 버티기 어려워


어디 쯤 벗어 놓을 곳이 없을까 찾아 나선다





서해안 채석강의 닳아진 몸뚱이를 바라 보며


너도 나 만큼 버겁겠구나 싶어


직각의 단애를 올라간다





무릎이 깨지고 손톱이 물러져도


이 무게를 내려 놓을 수가 있다면


망가지는 육신쯤이야 대수이겠는가




아래를 내려다 보니 파도를 잠재운 바다가 평화스럽다


여기 쯤 되었다 싶어 손때 묻은 가위를 들어

이승의 끈을 끊으려 하는 순간

기적을 울리며 나타난 은하철도 999




세상에!


우주에 떠도는 내 불면의 신음을 듣고

물어물어 찾아와서는 모자라는 잠의 허리를

뭉툭 잘라 무지개빛 포장지에 곱게 싸들고

미소로 내 앞에 나타나 내미는 선물꾸러미




그렇구나 아직도 세상에는 내 무게를

곁에서 같이 들어줄 아름다움이 있었구나

손때묻은 가위를 뒤로 감추고 부끄러운 마을을

미소로 바꾸어 따뜻한 손을 잡아 본다




은하철도999를 타고 차창에 튀어오르는 바다를 보며

시인보다 시를 잘쓰는 사이버작가 은하철도999님의

시 SOS를 암송하며 참으로 참으로 죽음마저도 건져낼

시인의 간절한 목소리를 생각해본다.





덧글
[0]
엮인글
[0]
 |
공감
[0]

출처 : 셋넷꽃천사-중심꽃.되살려제모양찾기윤현순
글쓴이 : 셋넷꽃천사 원글보기
메모 :

'애송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수덕여관 / 나혜경  (0) 2011.07.11
[스크랩] 섬 1 / 이문형  (0) 2011.06.11
[스크랩] 고향마을 물오르는 정자나무  (0) 2011.05.07
[스크랩] 정월 대보름  (0) 2011.02.17
[스크랩] 김동아 - 인동초  (0) 2011.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