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송시집

[스크랩] 수덕여관 / 나혜경

영관님 詩 2011. 7. 11. 19:45


 

 

 

            수덕여관

 

                                            나혜경

 

 

 

 

딱 하룻밤, 아름다운 외박을 꿈꾸거든

 

수덕사 앞 수덕여관에 들어 보라

 

절이 여관인 듯 여관이 절인 듯

 

여관도 절도 다 내집인 듯도 하여

 

집도 그립지는 않겠네

 

숲으로 난 창이 있는 8호실에 누우면

 

세속인 듯 승속인 듯

 

내가 숲을 찾아 온 게 아니라

 

숲이 나를 찾아와 나도 본래

 

숲이었음을 깨닫게 해 줄 것만도 같네

 

열어놓은 창으론 솔바람이 불어와

 

내 몸에 숨은 잎들이 일어서기도 하겠고

 

월담하듯 별들이 창을 넘는 밤이 오면

 

나도 마음을 넘어

 

그 많은 별들과 만리장성을 쌓겠네

 

오늘 밤만은 새 사랑으로

 

견우별도 직녀별도 그리워하지 않겠네

 

오늘 하룻밤만은 과분하게 

 

직녀별의 사랑을 빼앗는 음탕한 여자가 되어

 

부끄러워도 좋겠네

 

 

 

 

 

Michael Nyman/The heart asks pleasure first

 

 

출처 : 푸른밤카페
글쓴이 : 천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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