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월
詩 유 휘 상
음력설을 쇠야 한 살 더 먹어진다고
양력 1월 1일 날
나이테 하나 더 감기는 걸 부정하며
그렇게 속으로 위안했다
오늘은 섣달 그믐날 밤
자고 나면 설날
내일은 그 위안의 구실도 사라지는 날
꼼짝없이 한 살 더 먹는다
어렸을 때는 설날처럼 즐거운 날이 없었는데
지금은 허망한 날이 설이구나
옛날에는 드물었다는 나이인데도
지나온 날들은 모두 0의 흰 바탕이 되고
살아갈 날의 짧음만이 아쉬워 진다
세월이란 누가 만든 관념일까?
만저지지도 않고 맛볼 수도 없는
이 있고도 없는 굴레를
사람들은 애써 만들어 놓고
인식의 촉수 더듬어 헤아려 가며
희로애락을 새기고 있구나
출발도 없고 도착도 없는 이 열차에 잠시
바람에 실려가는 나뭇잎 처럼
편승하여 가다가 내리는 것이 인생이다
붙잡지 마라 안타까워도 마라
그 사유가 슬픔이다
<2011.2.2 그믐날 밤>
출처 : ♣전북펜♣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전북위원회
글쓴이 : 전북펜 원글보기
메모 :
'애송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9월이 오면/안도현 시 (0) | 2011.09.01 |
---|---|
보석같은 노래들/ (0) | 2011.07.22 |
[스크랩] 수덕여관 / 나혜경 (0) | 2011.07.11 |
[스크랩] 섬 1 / 이문형 (0) | 2011.06.11 |
[스크랩] 시인의 노래-윤현순 (0) | 2011.0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