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고추냉이/구석기 詩

영관님 詩 2011. 8. 9. 10:56

고추냉이

 

구석기김종제

 

누구도
헛소리 못하게
독도, 그 푸른 물밭에
나를 쇠말뚝으로 박겠다고
배 타고 건너가다가
잠깐 주저앉은
울릉도 성산봉 골짜기에
무리지은 고추냉이가 맵다
한 놈 뿌리를 뽑아서
옷자락에 슥슥 문질러 씹는데
나의 숨골을 누르는
조선의 이 향기
나의 가슴을 쥐어짜는
대한의 이 맛
눈물과 콧물은 또 얼마나 흘렸는지
바짓가랭이 다 젖어버린
물속은 캄캄하고
불타버린 가슴은
불쑥 바위로 솟아났겠다
입속에 오래도록 남아서
온몸을 마구 잡아흔드는  
애리고 시린 아버지, 어머니
얹어먹고 찍어먹어서
내 살이 된 섬이여
내 뼈가 된 나라여
아아, 우리를 만든 뿌리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