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섬, 진도 전북대 평생교육원 수필창작 금요반 서상옥
봄빛이 화사한 꽃길 따라 남도 여행길에 올랐다. 바다와 갯벌이 산과 어우러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보배로운 섬, 진도珍島를 향해 문학의 꿈을 안고 나선 길이다. 엷게 깔린 안개를 헤치고 서해안고속도로를 달렸다. 목포를 거쳐 울돌목 해협을 가로지르는 쌍둥이 다리 진도대교에 도착했다. 한국 최초의 사장교斜張橋라 한다. 바다가 울어 예는 길목에서 이 충무공의 커다란 동상이, 거센 파도에 휩싸인 왜적을 노려보며 큰 소리로 외치는 듯하다. 섬들 사이로 이어지는 신비한 절경 속에 호국의 유적과 예술혼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기행이었다.
전남문화관광해설사 허상무 선생의 친절한 안내를 받았다. 진도의 역사를 비롯해서 삼별초군의 전쟁사와 진도 아리랑의 전설은 참으로 흥미로웠다. 고려시대 대몽 항쟁을 이끌어 온 배중손 장군이 최후를 마쳤다는 남도진성과 용장산성, 충무공의 명량대첩을 새긴 벽파진전첩비가 애국혼을 불태워 주고 있었다.
남도문화의 새로운 자랑거리로 매김하고 있는 소전미술관素筌美術館은 2003년 5월 31일 소전선생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관했다. 추사 김정희秋思金正喜 이래 서예계의 대가인 소전 손재형素筌孫在馨 선생의 작품과 국내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 소전미술관이 보존하고 있는 작품은 그 유족들이 소장하던 작품을 모두 진도군에 기증한 것이다. 노산 이은상의 시비문과 소전 선생의 주옥같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또한 양지니, 서희환, 박행보 등 제자들의 작품도 있으며, 의제 허백련의 작품이 더욱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유달리 소전 선생의 독특한 한글체 서예는 보는 이에게 충격적인 감동을 주었다. 소전 손재형 선생은 서화의 대가일뿐만 아니라, 애향의 큰 뜻을 지닌 교육자로서 진도중학교를 설립하기도 한 분이다. 4대 민의원과 8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지역사회발전에 공적이 많아 국민훈장 모란장(1968)과 대한민국 국민훈장 무궁화장(1970)을 수훈하셨다. 참으로 진도의 보물이다.
첨찰산을 깃봉으로 수많은 산봉우리가 어우러진 산골에 자리를 펴고 있는 운림산방雲林山房은 200년동안 4대에 걸쳐 이어져 온 큰 화맥(畵脈)의 산실이다. 조선 후기 남종화의 거봉이었던 소치 허련小癡許鍊 선생의 화실이다. 낙도에서 태어난 소치 허련 선생은 동다소의 저자 초의대사草衣大師 밑에서 詩와 文을 익히고, 세화도로 유명한 추사 김정희 선생으로부터 서화書畵수업을 받았다. 추사가 세상을 떠나자 1857년 49세에 고향으로 돌아와 이곳에 운림산방을 세우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불후의 작품들을 남겼다. 4대에 걸쳐 5인의 화가를 배출한 운림산방은 초대 소치小癡에 이어 미산米産, 남농南農과 임인林人 형제, 그리고 4대 임전林田이 그 찬란한 화맥을 이어가고 있다. 운림산방 앞에는 작은 연못가운데 자연석으로 쌓아 올린 섬이 있는데 소치가 심었다는 백일홍 한 그루가 첨찰산을 바라보며 옛 꿈을 꾸는 듯하다. 추사 김정희는 중국 원나라 4대 화가인 대치 황공망과 견줄만하다고 해서 소치라 했단다. 소치는 이곳에서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소치실록>이라는 저서를 집필하였다. 그야말로 한국 전통남화의 성지라 하겠다.
벽파진전첩비碧波津戰捷碑는 1956년 11월 29일에 건립된 비碑다. 이 비는 정유재란 당시 이 충무공에 의해 가장 통쾌한 승리를 거둔 명량대첩을 기념하는 비다. 당시 진도출신 참전자들의 명단을 기록한 점에서 군민이 하나된 정신문화의 교육적 의미가 크다고 본다. 이 비의 규모는 높이가 3.8m에 폭이 1.2m 두께 0.58m의 비신碑身으로 동양 최대의 비碑라고 한다. 비문은 노산 이은상이 짓고 글씨는 이 고장 출신 소전 손재형이 썼다는 점에서 예술적 가치가 더 높다.
푸른 바다에 떠 있는 보배로운 섬 지도, 유서 깊은 진도에서 남도 해금강의 숨결을 느끼며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에 젖었다. 문화유산해ㅅㅓㄽ의 목소리가 지금도 이명耳鳴처럼 들리는 것 같다. ‘아리~ 아리랑~ / 서리~ 서리랑~ / 아라리가~ 났네 ~에~ 헤~ / 아리랑~ 응~ 응~ 응~ 아라리가~ 났네~~~~~~’ (2012.4.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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