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詩낭송모음

[스크랩] 제1회 전북 시인 초청 시낭송의 밤

영관님 詩 2010. 9. 13. 21:15

 

시인 : 김 남곤

전북 완주에서 태어나

1979년 <詩와 意識> 시 등단.

전북문인협회장, 전북예총연합회장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예총 이사 지냄

전북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 회원

전북문화상, 전북문학상, 문예하국상, 목정문화상 수상

현) 전북일보사 대표이사 사장.

 

시 집 : <<헛짚어 살다가>> <<푸세 한마당>>

          <<새벽길 떠날 때>> <<녹두꽃 한 채반>>

 

산문집 : <<비단도 찢고 바수면 걸레가 된다>>

컬럼집 : <<귀리만한 사람은 귀리>>가 있다.

 

 

 

 

 

  어머니에게

      

         시 : 김 남곤

      낭송 : 표 수욱

 

  이승에서 어머니도 보셨습니다 구릉에 남아있는 논 한 다랑이가 망초꽃밭으로 묵은 채 몇 년을 두고 그들 세상이 돼버린 잔치머리를 어쩌지 못해 눈감아 주었더니 더 좋아라 얼싸절싸 춤추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당신에게 꼭 들려줄 이야기가 있어 망초꽃 핀 들판으로 당산의 은가락지 낀 손가락을 꼭 쥐고 나들이 갑니다 그런데 저렇게 지천으로 핀 망초꽃들이 제 각각 키를 흔들며 무슨 생각들를 하고 있는지 나도 당신에게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막상 가닥이 잘 잡히지 않아 고개를 마구 흔들어 봅니다

  멀리서 가까이서 서로 기대며 비비며 부대끼며 살아가는 망초꽃들의 허리띠 밑으로 바람이 몸을 낮추는 걸 보니 무슨 엿들을 스있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습니다 나도 당신의 귀밑으로 입을 낮추어 가까이 다가서렵니다

  이런 날은 당신도 키를 낮춰주면 나도 망초꽃 망울망울 겨드랑이 곁으로 서게 되고 비로소 그들이 이 땅에 새끼들을 치고 살면서 때로는 넘어지거나 꺾어지거나 한숨짖거나 숨을 멈추어 하늘로 잦아지는 고난의 역사를 들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그렇듯 오늘은 나도 당신에게 늘 곧추서지 못한 채 망초꽃들이 제 그늘 밑에 주저앉아 울던 무수한 나날들처럼 몇 번이고 바닥쳤던 나의 시련의 눈물도 들려드릴 수 있으려니 싶습니다

  당신은 괭이 하나 들지 못하는 나의 허약 때문에 망초꽃 더미하나  넘어뜨리지 못하는 무능하고 게으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진 몰라도 나는 망초꽃 나라의 정복자가 되느니보다 망초꽃과 동맹자가 되어 한눈을 팔면서 그 나라를 더욱 부강케 한 실은 어머니에겐 허상과 같았습니다 어디가나 하얀 망초꽃만 보면 나를 향한 당신의 기막혀하는 눈빛이 아프게 꿰뚫고 들어 나를 또한 서럽도록 옥죄입니다 이제는 당신도 거기 흐드러진 망초꽃대하나

붙들고 서서 어쩔 수 없는 나의 허허로운 영토를 물끄러미 지켜보고 계실 줄 압니다 어머니, 제 방식대로입니다

출처 : 전북시낭송협회
글쓴이 : 새시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