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선술집」(낭송 원창연) |
고은의 「선술집」을 배달하며 불사의 비결을 찾아 나선 영웅의 파란만장한 행적도 결국 이렇게 선술집 주모의 단출한 말 한 마디로 갈무리되는군요. “비결은 무슨 비결 / 술이나 한잔 더 드시굴랑은 돌아가셔라오.” 주모의 구수한 말투는 이국의 신화 속에서가 아니라 해남 땅끝 어디쯤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요. 그 땅끝에 하필 선술집이 있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선고를 받고 돌아서는 인간에게 위로주 한 잔 건네려는 신의 배려가 아닐까요. 죽음이란 잠처럼 필요한 것, 주모 씨두리가 건네는 술 한 잔이 길가메시에게 망각의 잠을 선사해 주었을 거예요. 시력 50년을 넘긴 시인에게 시의 비결을 여쭈어도 마찬가지,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한잔 하고 돌아가라”고 대답하시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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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큰세계 문학HOME
글쓴이 : kau9poe1w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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