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대詩

[스크랩] 선술집/고은 시

영관님 詩 2012. 5. 11. 20:00

고은, 「선술집」(낭송 원창연)

 

고은의 「선술집」을 배달하며

불사의 비결을 찾아 나선 영웅의 파란만장한 행적도 결국 이렇게 선술집 주모의 단출한 말 한 마디로 갈무리되는군요. “비결은 무슨 비결 / 술이나 한잔 더 드시굴랑은 돌아가셔라오.” 주모의 구수한 말투는 이국의 신화 속에서가 아니라 해남 땅끝 어디쯤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요. 그 땅끝에 하필 선술집이 있는 것은 영원한 생명을 얻을 수 없다는 선고를 받고 돌아서는 인간에게 위로주 한 잔 건네려는 신의 배려가 아닐까요. 죽음이란 잠처럼 필요한 것, 주모 씨두리가 건네는 술 한 잔이 길가메시에게 망각의 잠을 선사해 주었을 거예요. 시력 50년을 넘긴 시인에게 시의 비결을 여쭈어도 마찬가지, “비결은 무슨 비결, 술이나 한잔 하고 돌아가라”고 대답하시겠지요.

 

* 본 이메일은 수신을 동의하신 문장 회원님과 메일링 가입자님께 발송되었습니다.
* 본 이메일은 발신전용이므로 회신 이메일을 보낼 경우 처리되지 않습니다.
* 문학집배원 이메일 수신을 더 이상 원하지 않으시면 [수신거부]를 클릭해주세요.
   
If you don’t want to receive this mail, click here.

 



출처 : 큰세계 문학HOME
글쓴이 : kau9poe1w 원글보기
메모 :

'한국 현대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상처가 스승이다/정호승 시  (0) 2012.05.24
여백/도종환 시  (0) 2012.05.21
다른 나라 사람/정현종 시  (0) 2012.04.22
꽃/기형도 시  (0) 2012.04.13
향수/정지용 시  (0) 2012.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