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은 어디에서 울고 있나 전북대학교 평생교육원 금요수필반 서상옥
“한국에서는 정보기관이 누설자다.” 윌스리스트저널에서 우리나라 국정원의 작태를 비꼬아 보도했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명예' 때문에 NLL논란에 불을 지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고 주장했다.
법률상으로 30년 동안 공개할 수 없다는 남북 정상 간의 대화록이 증발되어 국회열람위원들이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 귀중한 사초史草가 공개된 후 실종되었다고 하니 말할 수 없는 국기문란이다. 도대체 있을 수 없는 사건들이 여야의 정쟁 속에 난무하고 있으니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거야말로 국제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폭정은 중대한 사초史草의 비밀이 보장되지 못한데서 온 비극이었다. 역대 사초는 왕들도 함부로 보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무오사화戊午士禍의 근원이 된 당쟁으로 사초가 공개되어 성종의 폐비 윤씨의 죽음이 밝혀졌다. 이에 어머니의 죽음에 분노한 연산군의 복수심이 말할 수 없는 참극을 빚어내고 말았다. 사초를 공개하여 국기를 문란하게 하는 것은 바로 힘 있는 정치가들의 몰지각한 행동이다. 참으로 역사적 쿠데타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전 국민을 어떻게 보고 놀아나는 망동인지 모르겠다. 또 억울하게 죽어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혼을 뒤흔들고 난도질해서 무엇을 얻겠다는 속셈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 보궐선거 당시 부산영도에서 당선된 김무성 의원의 선거 유세에서는 NLL내용이 그대로 공개 되었었다. 국정원에서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이미 공개되었음을 밝힌 셈이다.
NLL(서해북방한계선)은 국제법상 인정되지 않고 북한과도 협약해서 설정한 것도 아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정해놓은 북방한계선이다.(1996.7.18.조선일보 뉴스초점) 이 내용은 김영삼 대통령정부의 이양호 국방장관이 영해선이 아니라고 주장한데서 나온 말이다. 결국 남북 간의 충돌을 피하자는데 의미가 크다. 이 지역은 평화의 공존지역으로서 깊은 내용이 숨어 있다고 본다.
요즈음 정치공작에 휘말려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공개되어 역사적 쿠데타로 국기가 문란해졌다. 이것이 권력을 쥔 정친들의 작태가 아닌가 싶어 분노를 느낀다. 나라를 혼란스럽게 하는 주모자도 정치가요, 경제를 어지럽게 하는 자도 대 기업가들이라고 생각된다.
한 가지 거짓을 위해서는 수무개의 거짓이 동원되어야 하고, 거짓과 진실이 배합하면 100%의 거짓이 만들어진다는 속설이 생각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설은 근거가 없다고 한다. 그는 이완용 같은 매국노도 아니요, 더구나 용공주의자도 아니다. 오히려 평화주의자다. 그 당시에는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도 없었고 개성공단이 문을 닫지 않았다. 지금은 이산가족 상봉이나 금강산 관광도 꽉 막혀 버렸다. 그야말로 평화통일의 민족적 염원은 멀리 사라져 버린 듯하다. 대화록은 증발되었다. 온 국민들이 우롱당하는 듯 허탈하다. 아니 실망과 원망이 겹친다. 이번에는 책임공방이 날카롭다. 여야가 상대방 정권을 의심하고 있다. 심지어 서로 떠넘기기 작전에 돌입했다. 이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력을 소모시키는 쟁론은 그만 두기 바란다. 뜻있는 국민들은 언제까지나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눈감고 아웅하거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치졸한 작태는 그만두었으면 한다.
지금 정상회담 대화록은 어느 골방에 숨어 통곡하고 있을까? 이 나라 정치인들의 꼴불견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고 있을 것 같다. 먼 훗날 남북통일이 이루어지면 북한에 보관되어 있는 대화록이 평화의 미소를 띠고 올지도 모른다. 링컨 대통령은 “국민의 일부는 속일 수 있지만 국민 전부를 끝까지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고 했다. 부질없는 여론을 조작하여 국가 사회를 혼란스럽게 하기보다는 국민의 여론 앞에 겸허하게 머리 숙일 줄 아는 양심적인 정치인이 되어 주었으면 한다. (2013.7.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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